군 복무 중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돌하르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각종 놀림을 받다가
자살한 병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홍동기 부장판사)는 군부대에서 숨진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대학교 1학년 재학 중 2012년 3월 육군에 입대한 A씨는 그해 5월 자대에 배치된 첫날부터 선임병들의 괴롭힘을 받았다.
같은 생활관 선임병들은 A씨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별명: 돌하르방, 이상형: 귤 파는 여자, 하고 싶은 말: 귤 9,900원,
한라봉 19,900원, 전역 후: 감귤장사'라는 자기소개서를 써 모두가 볼 수 있게 A씨의 관물대에 붙여놨다.
또 고참병들이 A씨가 보는 앞에서 그의 바로 위 선임병에게 "후임병 관리를 제대로 해라"며
욕설을 하는 등 방법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A씨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뒤 큰소리로 웃는 등 수치심이 들게 했다.
취침시간에도 선임병들끼리 큰소리로 대화를 계속하거나 A씨에게 불필요한 말을 시켜 잠을 자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통화에서 선임병들이 관물대에 붙여놓은 제주도 관련 자기소개서 등에 대해 수치심이 든다고 호소하기도 했던 A씨는
결국 자대배치 2주도 채 안 돼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맸다.
A씨가 숨진 뒤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 중 2명은 군검찰에 송치됐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다른 2명은 영창 3일이나 휴가제한 5일의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전입 직후부터 선임들로부터 출신지를 빗댄 '자기소개서'를 붙이거나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지휘관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에서는 선임들의 행위로 인해 후임들이 입는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선임들의 행위가 A씨가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됐다고 봄이 상당한 만큼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도 군 생활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다른 수단으로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국가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