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JYJ 김준수 연말콘서트, ‘名作 콘서트’의 정석

입력 2015-01-02 19:07
수정 2015-01-02 19:19
▲ 김준수 연말 콘서트는 최고의 가수가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빚어낸 무대였다.(자료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약속된 시간이 되고, 장내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자 전면 전광판에는 그간 그가 밟고 지나간 뮤지컬 작품의 필모그래피가 영상과 함께 흘렀다. 동시에 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작품의 수가 하나하나 더해갈 때마다 함성의 파도는 더욱 거세졌다. 영상의 장면이 전환될수록, 그의 등장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의 긴장감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달아올랐다. 이윽고 무대를 뒤덮은 스크린 사이로, 지휘봉을 든 김문정 음악감독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막이 걷히고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밴드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팬들의 갈채가 터져 나왔다. 1년을 기다린 ‘축제’의 막은 그렇게 올랐다.

JYJ 멤버 김준수의 브랜드 공연 ‘XIA 발라드 & 뮤지컬 콘서트 위드 오케스트라 vol.3’가 지난 12월 30일과 3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틀간 1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연말 콘서트로 자리매김한 이 공연은 벌써 3년째를 맞았다.

김준수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작품의 주요 넘버와 애창곡, 솔로 앨범 수록곡 등 장르를 넘나들며 품격 있는 공연의 정석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최고의 가수와 최고의 음악감독 그리고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정상의 화음이었다. 여기에 최고의 배우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케미를 이뤘다.

판타지 같은 축제는 뮤지컬 ‘드라큘라’의 넘버인 ‘Fresh Blood’와 ‘Life after Life’로 문을 열었다. ‘드라큘라’ 세트를 그대로 재연해 놓은 듯한 웅장한 무대 위에서 드라큘라 백작으로 완벽 변신한 김준수의 모습에 관객은 환호했다. 흔들림 없는 가창력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냈다. 마치 체육관에서 하는 거대한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임팩트 강한 오프닝 무대에 이어 창작 뮤지컬 ‘디셈버’에서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그날들’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그의 입술을 타고 전해졌다. 김준수의 순수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애잔하고 절절한 감성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게 했다. ‘지욱’의 환생을 보는 듯했던 이곡은 연말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김준수의 이번 콘서트는 힐링 공연이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갑자기 많이 듣고,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는 애창곡 ‘지나간다’와 뮤지컬 ‘서편제’ 중 ‘살다보면’은 그 자신은 물론 팬들에게도 치유의 음악이 되었다. 앙코르곡으로 선택한 ‘엄마’ 역시 듣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과 함께 위로를 선사했다.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색다른 시도로 관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영화 ‘접속’의 OST로 유명한 ‘A Lover's Concerto’에선 깜짝 핸드벨 연주로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가 좋아 선택했다는 일본곡 ‘연분홍빛 춤출 무렵’은 은은한 하프 선율과 어우러지며 감미로움을 더했다.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그림자는 길어지고’ ‘나는 나만의 것’ ‘황금별’ 등 그간 출연했던 작품의 넘버를 엮은 메들리는 공연의 정점이었다. 곡목은 자신이 정하고, 순서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배치했다는 이곡은 장장 10분 동안 이어졌다. 지난 5년간의 대장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의 음악과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모두 응축되어 있었다. 곡이 바뀔 때마다 얼굴 표정까지 달라지는 ‘열연’을 가미해 보는 즐거움까지 컸다.



너무 발라드만 하면 지루할 것 같아 앙코르곡에 포함시켰다는 ‘인톡시케이션’은 그가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가수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무대였다. 혼을 빼놓는 섹시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화끈한 팬서비스였다. 무대 뒷자리에 앉아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잠시 넋을 놓고 공연에 집중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게스트와의 앙상블도 기억에 남았다. ‘드라큘라’에서 김준수의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여배우 조정은은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선보였다. 조정은의 청아한 음색과 김준수의 깊이 있는 감성이 어우러지며 두 배우는 물론, 관객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조정은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 ‘I Dreamed a Dream’을 덤으로 선물했다.

뮤지컬 ‘디셈버’에서 인연을 맺었던 배우 이창용도 무대에 올라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김준수와 함께 불렀다. 남자들의 듀엣이 이처럼 달달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절정의 화음이 돋보였다. 이창용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중 ‘만인을 위하여’를 불러 관객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점점 진화하는 ‘지님 타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코너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관객의 소원을 들어주는 김준수 단독 콘서트의 백미. 이번 공연에선 ‘Beautiful thing’ ‘초콜릿 걸’ ‘Too Love’ 등 노래선물과 깜짝 댄스, 여기에 빨간 망토를 쓰고 팬들이 직접 준비해온 구연동화를 선보여 객석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31일 공연에선 ‘인크레더블’의 더블 앙코르를 요청하는 팬들의 부탁을 들어줘 무한감동을 선사했다.

이렇듯 김준수의 ‘발라드 & 뮤지컬 콘서트’는 그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공연으로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왜 이 콘서트가 그의 브랜드 공연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줬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완벽함은 따라할 수 없는 기품과 격조가 확인됐다. 김준수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하지 못하는 콘서트라는 사실이 팩트로 입증됐다.

많은 이들이 그의 공연을 일컬어 ‘명품 콘서트’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연말 콘서트를 통해 대중과 평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시각을 인식하게 됐다. 김준수의 콘서트는 명품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를 완성시킨 ‘명작 콘서트’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