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후폭풍' 어디까지?··투자자·협력업체들 '노심초사'

입력 2015-01-02 09:08


동부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 금융기관과 협력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우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은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당장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을 새로 적립해야 하는 등 부담을 지게 됐다.

또 금융당국은 동부건설 법정관리 여파가 일부 협력 중소기업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부건설과 거래 비중이 큰 23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법정관리가 워크아웃보다 유연하지 않고 오래 걸리는 만큼 동부건설 정상화의 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금융채무 3천600억··산업은행 충당금 1천억 발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의 부채는 금융채무 3천606억원, 상거래채무 3천179억원으로 총 6천785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채무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받는 협약채권이 1천830억원, 적용받지 않는 비협약채권은 1천776억원으로 나타났다.

협약채권 가운데는 동부화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27억원, 동부생명의 공모사채 200억원 및 BW 87억원 등 동부그룹 계열 금융사가 총 414억원을 보유했다.

비협약채권에는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대출(ABL) 등 시장성 자금조달분이 1천57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밖에 건설공제조합, 대한주택보증 등의 비금융권 기관 대출금이 포함됐다.

동부건설은 투자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1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비협약채권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가진 채권 규모는 협약채권 570억원, 비협약채권 838억원 등 1천408억원으로, 전체 금융채무의 40%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약 1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하게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협약채권액 규모도 946억원에 달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 동부건설 법정관리로 협력中企 '위험권··23곳 특별점검

금융당국이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여파가 일부 협력 중소기업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부건설과 거래 비중이 큰 23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만기 연장 등 신속 금융지원에 나서며 필요시 워크아웃 등 추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일 "동부건설과 거래비중이 특히 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신용위험평가 절차에 착수했다"면서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태 파악을 마치는 대로 신속히 조치를 취해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동부건설 채권단은 동부건설과 거래비중이 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서의 유동성 문제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동부건설에 대한 상거래채권 잔액이 해당회사 전년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23개사를 중점 점검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건설의 협력업체 상거래 채무가 1천713개사, 3천1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당국은 5억원 이상 채권을 보유한 중소기업 280개사, 1천981억원(평균 7억원)을 이중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는 주채권은행 주도 하에 신규자금 지원과 만기연장, 금리감면 등 금융 지원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 채권단 추가지원 난색…정상화 길 험난할 듯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동부건설의 조속한 정상화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달 31일 동부건설이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함에 따라 법원은 1개월 안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재무구조와 회생 가능성에 관한 조사와 보고를 거쳐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할 경우 본격적인 회생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앞서 지난 9월 채권단이 동부건설에 대한 실사를 마친 결과, 존속가치가 2조4천억원으로 청산가치(1조8천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실사보고서는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가정할 때 동부건설 회생에 필요한 자금액을 1천700억원, 가장 나쁜 전망을 가정할 때 필요 자금액을 7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채권단은 동부건설에 1천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향후 5년 동안 소요될 자금의 50% 이상을 계열사나 계열주인 김준기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상황이었다.

동부건설이 이런 확약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자 채권단도 지원을 거부하고 결국 법정관리 신청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향후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전망이 달랐던 점에서 채권단과 동부건설간 이견이 발생한 것"이라며 "계열사나 계열주의 부담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지원금액은 대부분 비협약채권을 상환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