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를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에는 한 번에 목돈을 넣고 기다리는 거치식과 목돈을 나누어 시차를 두고 투자해나가는 적립식이 있다. 어떤 투자방법이 투자자에게 유리한 지는 각자의 입장과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 하나로 단언하기 힘들다.
달리말해 각 투자주체마다 투자목적, 투자금액, 투자기간, 위험 감내도, 기대수준 등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최적의 투자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얘기다. 적립식투자가 거치식투자에 비해 안정적 수익을 거둔다는 일반적 견해도 투자시점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해 주식형펀드 가운데 자금유입 규모가 큰 상위 10개 펀드(메리츠코리아펀드, 신영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 외)의 수익률 경쟁에서 거치식의 평균 수익률이 6.64%로 적립식의 평균 수익률 1.03%(12월 15일 기준) 보다 5% 이상 앞섰다.
이는 연초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 들어 상장회사 수익률 악화와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매달 일정한 날, 일정한 금액을 불입하는 정액적립식이 올해와 같은 시장상황에서는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역할(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Cost Averaging Effect)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적립식펀드가 시장평균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펀드 내 편입된 기초 자산 가격이 투자기간 동안 추세적으로 우상향해야 한다. 만일 우하향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침체된 시장에서 적립식 투자로 초과성과를 거두기 위한 투자법은 정액식 보다는 임의식(=자유식)이 유리하다.
하지만 임의적립식은 거치식과 마찬가지로 매매타이밍 선정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저점매수 고점매도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성공투자의 궁극적 목적은 차별화된 수익률이다. 이제 국내투자자들도 ‘임의식 투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때가 되었다.
타의(他意)에 의해 절제가 가능한 정액적립식의 장점은 훌륭하다. 하지만 투자시장의 리듬을 읽고 순발력 있는 투자를 원하는 적극적 투자자의 경우, 투자시점과 금액이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는 정액적립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임의식의 비중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분산의 원칙을 지키는 합리적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손익에 무심(無心)한 것이 자유로운 투자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투자는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소신껏 매매하는 것이다. 때론 쉬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살만할 때 사고 팔만할 때 팔면 된다. 안사면 본전이다. 합당한 이유도 없이 기계적으로 바쁘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