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전문가 KB 지배구조 개선 공감대
-"이사회 책임없이 경영에 너무 깊이 관여"
-독일식 이사회 경영·감독 분리 대안
-책임회피 오너·경영진 독일식에 부정적
-내부인사 승계 '채널간 나눠먹기' 우려
-노조 "사외이사 선출시 직원대표 포함"
-"LIG손보 인수 위한 임시방편은 안돼"
-시민단체 "낙하산 방지 장치 보완해야"
KB금융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놓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된 가운데 큰 틀 하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방식·형태 등과 관련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경영기능의 이사회와 감독 기능의 이사회로의 분리, 주주 대표성 정착, 직원 추천 대표 참여 , CEO 내부승계 원칙 구축 등의 경우 KB를 둘러싼 역학구도 등을 감안할 때 최종 안에 반영될 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19일 오전 7시30분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KB금융 지배구조 공청회는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이사회 구성과 운영, CEO승계 관련 논의가 주를 이뤘습니다.
공청회 참석자에 따르면 토론은 주로 패널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을 주최 측이 경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KB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B금융이 제시한 주주대표성을 확립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감한다”며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 감시기능 확대, 책임과 권한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다소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참석자는 “결국 KB금융의 지배구조는 주주대표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지금까지 KB의 지배구조가 주주보다 다른 사람, 즉 경영진이 됐건 외부세력이 됐건, 사외이사들이 됐건 문제의 근원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주주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책임과 권한 문제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경영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습니다.
학계의 또 다른 참석자는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 이사회는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로 나뉘는 독일의 방식과는 달리 권한과 역할이 합쳐져 있는 미국식이다 보니 이사회가 투자 등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며 “문제는 이같은 이사회가 전문성이 결여돼 있고 권한에 비해 결과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독일 방식의 이사회로 개선하는 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참석자는 “독일의 경우 이사회가 경영과 감독 기능이 구분돼 있고 두 주체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독일식이 아닌 미국식 이사회 구성과 방식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국 오너나 기업의 경영진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피하고 싶은 데 집행임원제가 되고 독일식 이사회가 되면 권한과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또 다른 참석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문제 뿐만 아닌 CEO 승계 관련 이슈도 나름 비중있게 다뤄졌다”며 “대부분 참석자들이 1명을 제외하고는 내부승계 원칙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한 1명의 경우는 내부승계 원칙도 장점은 있지만 내부 인사로만 국한하면 전문성이나 적합성 등이 결여될 여지가 있고 합병으로 탄생한 은행인 만큼 국민·주택은행 출신간 채널 문제로 최상의 CEO 선임이 아닌 채널간 ‘나눠먹기’식 CEO승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입니다.
윤종규 회장이 연말 조직쇄신을 위한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같은 고질적인 KB 내부의 채널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채널 배분 없이 오로지 실적과 성과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내부승계 원칙의 장점도 있지만 최근 우리은행장 선출에서 보듯 채널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근간에 자리잡고 있는 셈입니다.
이 참석자는 “내부승계 원칙의 경우 직원들을 잘 보듬어 이끌고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출신별 직원들끼리 결탁하고 담합해서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KB가 그동안 외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내부인사의 승계가 정착돼야할 시기”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사외이사 구성과 운영, CEO 승계 외에도 직원대표 참여 여부도 이번 공청회의 쟁점 사안중 하나였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손경욱 국민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우리사주 조합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 선정 과정에 직원 추천 대표가 참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KB금융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사추위 등 사외이사 선정과정에 KB금융 출신임원과 고객대표 여성인사 등이 참여하는 개선안이 올라 있지만 직원 대표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손경욱 수석 부위원장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에 따라 3단계로 한다는 데 그 과정에서 사외이사 자문단이나 사추위 이런 곳에 직원들이 추천한 위원 1~2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손 부위원장은 이어 “직원 추천 위원 1~2명이 사외이사 구성 등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자격요건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선출되는 것을 견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직원 추천 위원은 꼭 노조출신이 아닌 직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계나 금융쪽 전문가등 적합한 인물로 명확한 기준을 통해 추천하려고 한다”며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노조 측이 제시한 직원 대표의 사외이사 선출과정 참여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한 학계 관계자들은 “주주권을 가진 근로자들이 대표로서 참석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주주권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임금이나 복리 등 이익만 추구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주주대표성이 담보된다는 전제만 있다면 주주로써 노조가 참여하는 형태는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즉 주주대표성이 전제만 된다면 노조, 직원대표의 참여를 통해 KB의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인 외풍, 외부 관치 금융,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견제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공청회와 관련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사외이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며 “다만 KB의 이번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이 LIG손보 인수 승인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득의 대표는 “손보사 인수 승인건을 가지고 당국이 금융사를 압박하는 과정이 비민주 적이었고 지배구조 문제는 비단 KB 뿐만이 아닌 전 금융권, 기업들의 문제인데 가장 심각한 제2금융권을 빼는 것만 봐도 당국이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KB 지배구조 개선안에 보완할 사항은 없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사실상 KB 지배구조 개선이 진정으로 이뤄지려면 낙하산 문화, 외압, 관치 인사 등을 막아야 한다”며 “KB 지배구조 개선안을 봤는 데 특정 출신 편중을 막는 것 외에는 관피아나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KB금융이 사장직 부활을 검토중이라는 데 이 또한 새로운 유형의 낙하산이 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 3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 내부출신 승계 등 낙하산을 막는 장치들이 없으면 정권 교체 때 마다 낙하산 인사 이에 따른 제2의 KB사태는 언제든 제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번 공청회 주최 측인 KB와 컨설팅사 관계자는 “이번 토론 등을 거쳐 제시된 내용을 검토하고 세부 논의를 거쳐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안 보완에 참조할 것”이라며 "1월말까지 새로운 KB금융 지배구조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보완책과 관련해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사외이사 구성과 운영, 주주 대표성, CEO 내부승계, 직원대표 참여 등 논의된 사항 모두가 좋은 제도이고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결국 CEO와 이사회가 아직 국내에서 시도된 바 없는 안들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냐”며 공청회가 일부 견해만 참조하는 등의 형식 수순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패널은 “이번에 제시된 안들에 대해 윤종규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합의를 해 나가느냐의 문제인 데 쉽게 보면 다수의 안들이 채택될 수도 있겠지만 깊게 생각해 보면 국내에서는 첫 사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며 공청회 이후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KB금융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일단은 시장과 당국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이 적용하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첫 타겟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각종 대안과 보완점에 대해 어느정도의 수용이 검토되고 최종안에 적용될 지,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청회에는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와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경서 교수, 손경욱 국민은행 노조 수석 부위원장 겸 우리사주조합장 등이 참석했고 보스톤컨설팅그룹 김연희 대표가 지배구조 구축 관련 발제자로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