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결산④] 탄탄한 연출을 바탕으로 한 케드의 완승

입력 2014-12-19 10:36
수정 2014-12-19 10:37


드라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방송채널 수가 많아지며 드라마는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케이블 드라마는 물론 웹 드라마까지 콘텐츠가 다양해진 만큼 희비가 엇갈렸다. 눈에 띄는 특징은 지상파 드라마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는 점. 그 자리를 케이블 드라마가 차지하는 모양새다.

◆ 지상파 미니시리즈, 꿈같은 20% 시청률

지난해까지는 20%대 시청률이 꽤 나오던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이제 10% 초반 대를 웃돌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 백’이 첫 회 1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것이 근래 최고치.

톱스타들이 투입된 SBS 월화드라마 ‘유혹’, SBS 대기획 ‘비밀의 문’, KBS2 ‘아이언맨’등도 힘을 쓰지 못하고 초라한 시청률로 퇴장하고 말았다.

19일 기준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는 MBC ‘오만과 편견’이나 SBS ‘피노키오’ 또한 10%대 초반 시청률을 기록해 1위라기엔 어색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된다

소위 말하는 출생의 비밀, 악행 등이 들어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됐다. ‘말도 안 된다’면서도 자꾸 끌리게 되는 것. 미니시리즈에서 힘을 못 쓰는 지상파 드라마는 아침, 주말드라마로 겨우 체면치레는 하게 됐다.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으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국민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의 초 절정 악행이 빛을 발하며 최고 시청률 37,3%를 기록해 막장드라마의 힘을 과시했다.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역시 며느리에게 피임약을 먹이는 것부터 천륜을 끊어놓는 등 각종 악행을 서슴지 않는 강복희(김혜선 분)의 막장 전개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 며느리 은현수(최정윤 분)를 향했던 악행은 둘째 며느리 이재니(임성언)를 거쳐 아들의 내연녀, 친구 등 점점 늘어나며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원작 기반 드라마 열풍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를 브라운관으로 옮긴 원작 기반 드라마가 대거 등장, 원작 있는 드라마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일본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KBS2 ‘내일도 칸타빌레’와 tvN ‘라이어게임’,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미생’과 OCN ‘닥터프로스트’, 소설 원작의 JTBC ‘선암여고 탐정단’ 등 인기가 한차례 검증된 작품들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원작 기반 드라마는 시작 전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이목이 집중되며 큰 관심을 받았으나 호평을 받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가 있는 반면 큰 아쉬움을 남긴 드라마도 있어 희비가 엇갈렸다.

◆ 기승전연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어떤 장소를 배경으로 하든 결국 연애로 끝난다는 기승전연애 공식에 따른 드라마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정지훈의 4년 만의 국내 복귀 작이며 크리스탈(정수정)의 드라마 첫 주연 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가요계를 무대로 상처투성이 청춘 남녀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실한 사랑을 키워가는 따뜻하고 동화같은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예고했으나 뚜껑을 열자 식상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이어지고 여기에 연기력 논란까지 더해져 초라한 종영을 맞이하고 말았다.

연애 소재를 다루지 않는다고 지상파 편성을 받지 못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흔한 러브라인 없이도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미생’을 이용한 마케팅의 등장과 스핀오브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화려한 톱스타 없이도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점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미생’의 배우들은 잠깐 등장하는 역할마저 구멍 없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탄탄한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변요한, 김대명, 오민석, 태인호 등 가려져 있던 보석 같은 연기자들을 발굴해 낸 것 또한 의미를 더한다.



OCN ‘나쁜 녀석들’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를 그린 ‘나쁜 녀석들’은 반(半) 사전제작시스템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첫 촬영을 시작할 때 이미 11회까지 대본이 나왔을 정도. 쪽대본 논란에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힘든 요즘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영화를 방불케하는 영상미와 액션신, 빈틈없는 스토리 전개로 재미를 더해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이상 이제 뻔한 스토리로는 더 이상 승부를 볼 수 없게 됐다. 2015년에는 더 다양한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