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은 한 권의 수필이다

입력 2014-12-18 15:19
사진은 삶을 기록하는 도구다. 스마트폰이 열어준 새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지나가는 풍경,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포착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곁에 남아 평생을 반추하고 회상하는 계기로 남는다. 기억조차 아득한 아기사진 혹은 가족사진이라면 그 소중함은 배가 된다. 가족사진은 혈연의 사랑을 견고하게 하는 계기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써내려간 한 권의 수필로 남는다. 그래서 가족사진은 누구보다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기사진은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주로 찍는다. 하지만 일상의 아기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다.

로하스튜디오는 가족사진, 아기사진으로 익히 알려진 스튜디오다. 자연광을 이용해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사진을 담는 것은 물론, ‘가족 간의 사랑’을 누구보다 오롯이 인화지 위에 옮겨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하스튜디오의 박미자 이사를 만나 이곳만의 사진 철학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혹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잘 찍는 팁을 알려준다면?

빛의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지에서 배경을 찍기 위해 빛을 무시하면 어두운 사진이 남습니다. 조명이 없다면 얼굴 위에서 사선으로 내려오는 빛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물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방법입니다. 사진의 구도를 잡을 때는 정해진 공간에서 무엇을 잘라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찍고자 하는 대상을 확실히 잘라주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로하스튜디오 사진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교감이라 들었습니다. 교감은 어떤 의미죠?

로하스튜디오는 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가와 피사체가 교감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인물에게는 감정이 있습니다. 아기와 가족 촬영 시 작가와 서로 교감이 되지 않는다면 어색한 표정이 드러납니다. 찍히는 사람의 긴장한 표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은 인물촬영에 대한 교감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피사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표정을 순간포착으로 담아내는 것이 바로 교감을 통한 촬영입니다.

카메라는 숨어있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 함께 움직이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촬영을 할 때 엄마, 아빠는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촬영하는 작가와 나누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카메라가 아닌 아이를 보게 합니다. 평소대로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면 긴장은 풀어지고 편안한 얼굴이 됩니다. 아이와 교감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함께 움직이는 순간도 필요합니다. 한참 뛰어다니는 주니어들에게 교감이란 함께 놀아주는 것입니다. 작가는 가만히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며 순간을 담아냅니다. 그렇게 찍어낸 사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으로 남습니다.



로하스튜디오는 ‘가족사랑’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러한 주제를 잡게 됐나요

베이비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 촬영은 앨범 마지막장을 장식하는 정도로만 쓰였습니다. 아기사진의 진정한 ‘오퍼스(작품)’는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로하스튜디오는 가족촬영에도 다양한 연출을 시도합니다. 예전에 비해 가족사진이 대중화되어 로하스튜디오의 갤러리를 보며 공부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족사진 대중화는 핵가족 시대에서 오는 현상 같습니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제는 ‘나’가 아닌 ‘가족’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온 것입니다. 아이들이 커서 본인의 사진을 볼 때 내 옆에 누가 있었는지를 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 사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아기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아기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아이의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웃는 표정만 있는 사진은 재미가 없습니다. 아기는 울어도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는 아기를 억지로 달래기보다 울고 있는 상황을 잘 연출하면 더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순간이 나타납니다.



가족사진의 노하우도 궁금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 집 거실에 걸려있을 사진입니다’라고 하면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웃게 됩니다. 가족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진을 찍는 목적입니다. 그 목적은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되어 함께 사진을 찍는 날은 더욱 재미있습니다. 가족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친해지려고 다가가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게 됩니다. 가족사진은 1컷을 위해 200컷이 넘는 셔터소리가 울립니다. 대가족의 경우 20명이 넘기도 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을 통솔하며 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로하스튜디오는 앞으로 파티가 있는 가족촬영을 구상 중입니다. 힘든 일이지만 가족의 소중함이 중요시 되는 만큼 로하스튜디오에서 가족파티를 하고 사진으로 추억을 간직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