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지 마세요

입력 2014-12-15 14:51


소 개

동물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많다. 요즘은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 방문 전에 정보를 확인하고 동물원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블로그 등을 통해 포스팅을 많이 하는 엄마들은 동물원에 갈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방문한 부모의 경우 챙겨가야 할 목록 1호는 바로 당근, 배추다. 예쁜 동물들에게 맛있는 채소를 주고 싶은 마음, 아이에게 동물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직접 먹이주기 체험까지 할 수 있게 하고 싶은‘엄마의 마음’, 나도 딸을 둔 아빠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먹이 주기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물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동물원 곳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염소 우리, 말 우리, 토끼 우리, 원숭이사, 사슴사 등등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주고 있다. 염소는 아이 엄마가 아침부터 준비해 온 당근이며 배추를 열심히 먹고 있다. 엄마가 집에서 미처 먹이를 준비해 오지 못한 집 아이들은 동물 우리 옆 아무 잡풀이라도 뜯어서 우리 안으로 집어넣는다. 한 아이는 집에서 싸온 맛있는 과자 간식을 주고 있다. 부모님은 흐뭇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며 연신 카메라 후레쉬를 터트린다.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다. 동물 담당자가 조심스레 다가가 집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사람들은 잠시 먹이 주는 것을 중지한다. ○○아 당근은 주면 안 된데. 그리고 담당자가 사라지자 다시 신나게 먹이주기 시작! 담당자가 다시 제지를 하자 ‘왜 나한테만 그래요? 저 사람은요?’ 한숨이 난다. 원숭이사 앞에 가니 원숭이들이 재주넘기를 하고 있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해야 맛있는 먹이를 얻어 먹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멋지게 공중제비를 넘자 상으로 땅콩을 받는다. ‘아, 저 분은 매일 오셔서 땅콩 주시는 분이시지’ 다시 한 번 다가가서 땅콩을 주시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 드린다. 알았다고 하신다. 내일 또 오시겠지. 사슴사 쪽으로 이동해 본다. 이쪽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집에서 가져온 음식 왜 안 돼요?

동물원 동물들의 먹이는 동물 종에 따라서 영양성분 및 기호성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2일 간격으로 엄격한 검수를 통해 신선한 상태로 반입된다. 하루 급여량 역시 동물 종, 동물 체중, 영양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하며 필요 시 특별 사료로 제철 과일 등을 급여하며 철저히 관리한다. 이렇게 정해진 양의 먹이를 공급받는 동물의 입장에서 다른 음식, 즉 관람객들이 집에서 싸온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첫째로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겠다. 집에서 가져오는 야채들은 사실 아주 좋은 먹이이다. 섬유소도 충분하고 맛도 좋다. 하지만 이런 생야채만 과다로 섭취하게 되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가 있으며, 포만감에 의해 동물원에서 제공하는 먹이를 잘 안 먹을 수 있다. 또한 과식에 의한 소화기계 질병(설사, 연변)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동물 개체간의 투쟁이다. 쉽게 말해 서로 먹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숭이의 경우 먹이 다툼으로 많이 싸우며, 한번 싸우면 정말 심하게 싸워서 봉합수술만 수차례 받은 개체들도 있다.

세 번째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주는 경우이다. 토끼는 동물원에서도 많이 사랑받는 동물인데 이 토끼는 먹어서는 안 되는 풀이 있다. 독성이 있는 풀을 아무렇게나 뜯어서 주는 경우 문제가 되며, 집에서 가져온 야채를 많이 먹으면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나타낸다.

네 번째로 이물 섭취(비닐, 동전)에 의한 장 폐색이나 중첩으로 심할 경우 폐사할 수도 있다. 갑자기 급사한 동물을 부검해 보면 때로는 배 속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가득 차 있는 경우도 있다. 비닐부터 동전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글을 맺으며

많은 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더더욱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사진으로만 동물을 접할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성숙한 관람 문화로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한 동물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의사 엄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