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청와대 내정설이 파다했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이광구 부행장을 만장일치로 차기 행장 후보로 추대했습니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행추위에서 복수의 후보를 올리면 정부가 이 중 한 명을 낙점하는 게 보통인데, 얼마나 급했는지 이번엔 이 절차마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한 과정과 나무도 흡사해 ‘정말 이래도 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과거 정부는 언론에서 비판을 하면 내정을 철회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 정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 부행장 내정설과 관련해 “시장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행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권 인맥을 이용해 금융권 요직을 꿰찬 인물만 50여명.
박 대통령과 동문인 서강대 출신으로는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차기 행장 내정자)을 비롯해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정수경 우리은행 감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박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 캠프에서 자문교수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금융권 CEO는 물론 감사, 이사 자리도 이른바 ‘정피아’ 출신 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기업을 비롯해 KDB대우증권,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정치 상황과 걍기 동향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지금 자리를 못 잡으면 영원히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부와 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료 출신들의 금융회사 진입은 차단됐지만, 이들보다 도덕성과 전문성, 실무능력 등이 떨어지는 인물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국내 금융산업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