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경제심리 회복 안간힘 5개월…성과는 "글쎄"

입력 2014-12-04 10:31
지난 7월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건 경제 심리를 살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이고 경제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새 경제팀이 출범한지 5개월 동안 경제 심리는 과연 얼마나 살아났을까?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0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제조업 체감경기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5로 10월보다 3포인트 올랐지만 세월호 사고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4월의 82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도 9.1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두달 만에 다시 급격히 침체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523건으로 전달의 1만 886건에 비해 21.7%가 줄었습니다.

최 부총리는 취임 당시 "지난 1년간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였으나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저성장의 함정 탈출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은 4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며 '저성장의 함정' 탈출을 역설한 최 부총리를 무색케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에 그쳤고 3분기 실질 국민소득의 증가세도 전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치며 2년 6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됐습니다.

새 경제팀이 사내유보금 과세 등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놨지만 실제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기업의 투자실적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의 올해 1∼9월 설비투자액은 46조22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조6727억원에 비해 6.9%가 감소했습니다.

특히 LTV와 DTI 등 대출 규제 완화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급증하며 올 연말 가계부채 총액은 1,100조원에 이를 전망됩니다.

결론적으로 41조원+α의 재정확장 정책과 9.1 부동산대책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 경제팀은 경제 심리를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셈입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의 성과가 전혀 없는건 아닙니다.

국회 예산안이 예년보다 한 달 먼저 통과되면서 내년 초부터 곧바로 예산 집행이 가능해져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한층 힘을 받게 됐습니다.

특히 입법이 지연됐던 각종 경제 활성화법안 처리가 연내 이뤄질 경우 경제 심리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의 이같은 변화 조짐은 새 경제팀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현오석 경제팀은 물론이고 최경환 경제팀 역시 경제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을 때면 그 책임을 국회의 입법 지연 탓으로 돌릴 수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썰물이 되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은 채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이야말로 최경환 경제팀이 민낯으로 그 능력을 평가받는 원년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