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진출을 노렸지만 예상 밖의 포스팅비용을 받아들인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입찰 수용 과정에서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사진 = SK, KIA)
프로야구가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이번 오프시즌은 그보다 더 뜨겁다.
국내에서는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시장이 적정 몸값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뜨거웠다.
올해 FA 최대어로 불렸던 최정(27, SK 와이번스)과 쌍두마차 격인 장원준(29, 두산 베어스)이 이번 FA 시장을 이끌면서 더욱 뜨거운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먼저 대박 계약을 알린 것은 최정이다.
최정은 원소속팀 SK와 협상 끝에 4년간 86억원이라는 초특급 계약에 사인했다. F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액수였다. 장원준도 투수 최다 규모의 액수로 두산과 4년간 84억이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우승반지를 낀 윤성환과 안지만도 소속팀 삼성과의 협상 끝에 FA 광풍에 동참했다.
선수도, 구단도, 팬들도 놀란 FA 계약은 지난시즌 규모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시즌에는 523억 5000만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FA 시장이 열렸고, 올해는 이미 550억원 이상의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반대로 뜨거운 국내 FA 시장과는 달리 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찬밥 신세에 놓였다.
첫 스타트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김광현은 예상과 달리 포스팅 입찰액이 200만 달러에 그쳐, 소속팀과 본인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김광현에 이어 포스팅에 참가한 양현종은 실망스러운 금액이 나오자 소속팀인 KIA가 포스팅 입찰을 수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12월 중순 경 포스팅 참가예정인 강정호도 이러한 한파에 맞춤 대응을 펼치고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영향으로 인해 강정호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된 목소리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FA 시장과 미국 포스팅 입찰이 엄청난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선수 수급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FA로 통해 롯데 자이언츠는 장원준, 김사율, 박기혁을 떠나보냈다. 팀의 핵심멤버 3명이 떠나면서 롯데는 전력 공백을 내부 인원으로 충원해야만 한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구단들은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기 위해 매시즌은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예상만큼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드물다. 여기에 FA와 미국 진출 선언 등으로 야구 인재들이 빠져나가기 일쑤다. 즉, FA 시장을 통해 외부 수혈, 집안 단속을 하지 않으면 전력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메이저리그 포스팅 입찰은 국내에서도 최고의 선수들만 나선다. 이미 국내 무대를 좁다고 여기고 자신의 꿈을 위해 미국 무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된서리뿐이다.
포스팅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분명 국내에서는 정상급 선수로 통하지만, 모든 야구 선수들이 보이는 미국 본토에서는 평범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선수일뿐이다. 굳이 포스팅 입찰과 거액의 연봉을 주지 않아도 그 정도 실력의 선수들을 여럿 보유할 수 있다.
김광현에게 최고의 입찰액을 써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스몰 마켓 구단이다. 포스팅 금액과 연봉만 따져도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에게 최소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게 된다.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1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자를 두 명을 계약할 수 있는 금액이고, 예비 메이저리거들을 다수 계약할 수 있는 금액이다. 즉, 이번 국내 FA와 포스팅 시스템의 온도차는 선수 수급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이제 10개 구단이 됐다. 프로무대서 통하는 선수가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FA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포스팅 시스템은 류현진처럼 국내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더욱 찬바람만 날리는 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