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리를 원톱으로 세운 SBS ‘매직아이’가 방영 4개월 만에
종영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사진 = SBS)
SBS ‘매직아이’가 방영 4개월 만에 쓸쓸히 끝났다. 출발은 좋았었다. 5월 13일 파일럿 방송에 호평이 잇따르며 정규편성을 따냈고, 방송 초반에 MC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연일 인터넷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외면 받았던 걸까? 무려 이효리(!)를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말이다.
이효리를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잘 안된 것이 아니라, 이효리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잘 안됐다고 할 수 있다.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능력과 스타성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이효리는 스타였지 메인 진행자는 아니었다.
이효리보다 스타성이 훨씬 떨어지는 아나운서들이 진행은 보다 안정적으로 할 때가 많다. 그들은 진행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진행 전문가와 함께 나올 때 그 스타성으로 가장 빛을 발하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효리의 스타성만 믿고 진행 그 자체를 원톱으로 맡겨버렸다.
진행 전문가가 옆에서 받쳐줄 때 빛이 나는 캐릭터인데, 이효리 자신이 원톱으로 나섰으니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효리도 더 이상 빛이 나지 않았고, 프로그램도 흐지부지 됐다.
이효리의 ‘소길댁’ 변신에 이은 블로그 대히트가 프로그램과 겹친 것도 악재였다. 인터넷에서 연일 이효리의 사생활이 대방출되며 그녀의 화제성이 극에 달했는데, 이것은 이효리 캐릭터의 과소비를 초래했다. 은근히 타는 불이 오래 가는 법이다. 파워블로거 변신 이후 이효리 캐릭터는 단기간에 너무 활활 타올랐다. 식상함도 빨리 찾아왔다.
처음 ‘매직아이’ 파일럿이 화제가 됐던 것도 프로그램 자체의 힘은 아니었다. 이효리의 화제성에 더해 여자MC들의 기센 토크가 이채로웠기 때문에 화제가 됐던 것인데, 여자들의 기센 토크는 아줌마 시월드 토크쇼가 아닌 한 일반 예능에선 오랫동안 환영받기 어려운 소재였다.
제작진도 여자 스타들만의 진행으론 무리라고 느꼈는지, 진행전문가인 김구라의 역할을 점점 강화해갔다. 그러나 김구라는 ‘매직아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했다. 거침없는 돌직구, 독설이 주특기였지만 ‘매직아이’에선 이효리에게 맞춰가느라 그 에너지가 터져나오지 못했다. 김구라의 과거 이효리에 대한 원죄, 여자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조심성이 커진 것, 최근 독기가 완화되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김구라 카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매직아이’는 토크 내용에 있어서도 나름 변신을 꾀했다. 뉴스 기사를 소재로 사회이슈에 대한 견해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의 취향을 나누는 토크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이 어떤 것이었건 간에 토크내용이 ‘기승전 연예인 신변잡기’로 흘러간 것이 문제였다. 어떤 이슈로 이야기를 꺼내도 결국 연예인 개인사가 됐다. 이것은 연예인과 에피소드에 의존하는 지상파 토크쇼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문제였다.
남자들이 판치는 예능세계에 여자를 내세운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뉴스 기사를 소재로 ‘생각’을 나누려 한 토크의 시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진행상의 문제, 토크 내용의 부실 등이 맞물려 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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