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박사,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 결과발표

입력 2014-11-19 15:21


개별화의료의 전략적 전개를 주제로 지난 15일 개최된 제19회 국제개별화의료학회에서 아베종양내과의 아베 히로유키 박사가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면역시스템은 가장 뛰어난 암 치료제다. 면역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암세포의 활동이 멈추게 되지만, 면역시스템에 손상이 가면 암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이되고 재발하게 된다.

인체에서 암세포 살상을 담당하는 것은 킬러T세포다. 이 킬러T세포는 면역세포의 사령탑인 수지상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힘을 발휘할 수가 없는데,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표식인 항원을 기억해 킬러T세포에게 암세포의 정보를 전달,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이 암을 치료하게 된다.

아베 박사가 발표한 다가(多價)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는 기존의 수지상세포 치료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획득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와 그 역할을 발견한 랄프 슈타인만 박사는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일본 아베종양내과의 아베 히로유키 박사는 슈타인만 박사가 주축이 된 연구회 소속으로 슈타인만 박사의 독자적인 지식을 전수받아 기존의 단순한 수지상세포 치료법이 아닌 항암작용이 더욱 강력한 다가(多價) 신 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란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항원)을 찾아내고 추가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인체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는 1% 미만이고 정맥혈액에는 0.1% 미만이라, 소량 채혈해서는 수지상세포 치료를 할 수가 없고 임파구만 배양하여 치료하는 수준이었다. 아베 박사에 따르면, 기존 치료는 성분채혈에 약 5,000ml가 필요했고 2~3시간이 소요되어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사용할 수 있는 펩타이드(항원)는 1~2종류 정도였으며 단쇄(單鎖) 펩타이드라 치료 효과도 부족했다. 또한, 동결보관 후 해빙하여 치료에 사용하면 물리적 결합된 항원이 떨어지고 정맥주사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아베 박사는 정맥혈에 있는 8~11%의 단구를 분리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량인 약 25ml 채혈만으로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아베 박사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표지자 검사 후 여러 종류의 개인 맞춤형 펩타이드가 추가로 사용되며, 사용된 펩타이드는 장쇄(長鎖)라 항암 작용기간이 길며 암세포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림프절에 피하주사 방식이 사용됐다.

아베종양내과는 2014년 7월 이 치료법으로 특허(특허 제5577472호)를 받기도 했다. 암세포는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사람의 같은 암세포라 해도 표면에 제시된 항원(암표시)이 틀리므로 그 다양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펩타이드와 일치되는 킬러T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 박사의 주장이다.

암세포의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킬러T세포를 계속 지원하는 헬퍼T세포와 메모리T세포도 활성화시켜야만 백신의 효과가 지속되며, 결국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의 특징은 치료기술과 개인 맞춤형 항원의 추가사용에 있다는 것이 아베 박사의 설명이다.

아베종양내과의 암백신치료는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림프절에 피하주사한다. 이유는 림프절은 수지상세포와 T세포가 암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므로 이 부위에 주사하지 않으면 수지상세포 백신의 치료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베 박사는 학술발표 자리에서 표준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를 할 수 없는 전이, 재발암 환자에게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와 복합면역세포치료를 적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치료는 2주에 1번씩 총 6회(1사이클) 했으며 효과판정은 혈액검사와 영상진단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진행성 폐암 환자 22명 중 15명(68.2%)에서 효과가 있었고, 진행성 대장암환자 32명 중 19명(59.4%)에서 효과와 진행성 췌장암환자 42명 중 18명(42.9%)에서 치료 효과가 있었다.

치료는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마커 종합검사 후 환자의 수지상세포에 평균 5개의 펩타이드를 추가 사용했다. 사용된 펩타이드는 써바이빈, MAGE-A3, NY-ESO-1, GV1001, WT1, MUC1, CEA, CA125 등이며 아베종양내과는 암세포 인지능력을 가진 다양한 항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GV1001은 유럽에서는 이미 특정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펩타이드(항원)이며, 한국에서는 201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식 허가한 췌장암 치료제다. 아베 박사는 췌장암 이외에서도 GV1001가 효능 있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일본의 임상시험계획(IND) 및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쳐 추가로 임상실험 중인데, 이 임상실험은 폐암과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 암종별 환자 40명씩 총 16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주)선진바이오텍이 공동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