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을 계기로 미국계 자금이 국내주식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습니다.
미국계 자금이 본격적으로 셀코리아에 나선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인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5월말 외국인들의 국내채권 투자규모는 잔액기준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채권시장 개방 이후 19년만에 최대규모입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유로존과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재정건전성 덕분에 외국인들은 국내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였습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너널은 "한국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세이프헤븐"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공식적으로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미국계 자금이 국내채권을 석 달 연속 팔아 치웠습니다.
미국계 자금은 지난 8월 국내채권 80억원을 순매도 한데 이어 9월에는 2700억원, 지난달에도 2천580억원 순매도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원화가치가 한두달새 10% 가까이 떨어진데다 한국과 미국간 국채 금리 격차가 줄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내 채권에 대한 메리트가 감소한 게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국내채권을 보유한 미국이 주식에 이어 채권마저 순매도하면서 본격적인 코리아 엑소더스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채권이 금리와 환율에 가장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이후 6개월이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DB대우증권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채 채권을 사들이기 보다는 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에 SK증권은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이 그동안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인하와 원화 강세로 차익을 챙긴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외국인 투자자금의 속성이 이전의 단기 거래 위주에서 만기가 장기화되고 고정적 수요로 손바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들었습니다.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매도로 돌아선 미국계자금.
일시적 차익 실현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셀코리아의 시작인지 엇갈린 전망 속에 미국계자금의 향방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인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