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29일부터 불법적인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금융실명제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그동안 차명계좌로 재산을 관리해온 것이 관례였던 고액자산가들이 서둘러 실물자산으로 돈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시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앞으로 불법차명거래를 위해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이를 방조한 금융인 모두 처벌됩니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오는 29일부터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차명거래 당사자들과 이를 중개한 금융인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특히 차명 계좌의 소유권이 이제는 ‘계좌 명의자’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실소유주와 명의자간의 합의하에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더라도 이후 명의자가 돈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실소유자가 돈을 돌려받으려면 재판을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동창회비나 종친회 통장 등 불법 목적이 아닌 차명계좌나 세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차명거래는 허용됩니다.
또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가족 명의의 분산예치도 가능합니다. 배우자에게는 최대 6억원, 자녀에게는 최대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예금을 예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거액의 돈을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들 명의 계좌로 관리해오던 자산가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정부의 금실법 강화 움직임에 이들은 서둘러 은행예금을 빼 금고에 두거나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투자로 돈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센터장
"명의가 애매하게 돼있는 경우 보이지 않게 정리하는 분들 꽤 있습니다. 현금성으로 가져가는 분들 꽤 있는 것 같고 또 요즘 부동산 거래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차라리 실물로 가져가겠다 이런 흐름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 은행 예금 잔액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9월말 4대 시중은행의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16조1천906억원. 이는 지난 1분기(17조1천559억원) 대비 9천653억원 감소한 규모로 앞으로 차명거래금지법이 시행되면 은행 계좌에서의 자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고액자산가들의 차명거래는 관례처럼 여겨왔던 만큼 금융회사들도 이를 방조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인도 처벌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지난 상반기부터 고개들에게 차명거래 금지법을 안내하는 등 "이제는 원칙대로 가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시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