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노령연금 수급자 급증··'은퇴 크레바스'에 갇힌 세대

입력 2014-11-12 09:41
국민연금을 원래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최대 5년 앞당겨 받는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가 해마다 늘고 있어

상당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른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조기 은퇴한 퇴직자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손해를 감수하면서 조기연금을 신청하기 때문이다.



12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도 국민연금급여지급 사업 예산안'에 따르면

조기연금 수급자와 수급액 비중이 매년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조기연금 수령자는 18만4,608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581만4,825명)의 8.59% 선이었다.

이후 2010년 21만6,522명(9.29%), 2011년 24만6,659명(9.99%), 2012년 32만3,238명(11.76%),

2013년 40만5,107명(14.26%) 으로 늘다가 2014년 8월 현재는 42만8,828명(14.8%)까지 뛰어 오른 것.

조기연금 수령자는 2015년에는 50만명에 달해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325만9,542명)의 15.3%에 달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노령연금을 받는 전체 수급자 100명 중 15명꼴로 베이비 부머의 본격적 은퇴와도 닿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복지부는 내년 노령연금 지급을 위해 13조5,72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는데

이 중에서 조기연금을 지급하는데 2조8,395억원(20.9%)을 쓸 예정.

이같은 조기연금 수급자 증가는 그만큼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생활이 고달프고 불안하다는 뜻이다.

조기연금은 정규 퇴직 연령 이전에 퇴직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의미이나

문제는 애초 받을 수 있는 연금액보다 상당히 줄어들어 노후소득 보장수준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

조기연금이 손해연금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조기연금은 일찍 받는 기간에 따라 1년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최장 5년의 경우 30%를 받지 못하게 된다.

2014년 현재 56세부터 조기연금을 받는다면 정상 수급연령인 61세부터 받는 연금액의 70%밖에 못 받게 되는 것.

은퇴한 세대들의 생활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손해이기에

조기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느는 것은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2013년에 고용노동부가 정년제도를 시행하는 18만8천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평균 정년은 58.6세로

그나마 24.4%의 기업 정년은 55세였다.

60세 이상 정년을 도입한 기업은 44.1%에 그쳐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연금을 받겠다고 신청하는 가입자는 더 늘 것이 확실시된다.

55세로 정년퇴직한 K씨(57세)는 만 62세가 되는 2019년부터 노령연금을 받는 것이 정상이나

무려 7년이라는 '은퇴 크레바스'가 그를 옥죄고 있다.

K씨는 결국 만57세가 되는 내달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할 생각이다.

그의 경제적 상황이 10년후, 20년후를 따질 계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