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의 야마이코 나바로가 11일 한국시리즈 6차전 이후 한국시리즈 MVP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스의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한국시리즈 사상 세 번째 외국인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나바로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삼성의 11-1 승리를 견인, 삼성의 4년 연속 통합우승을 확정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나바로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73표 중 32표를 획득, 최형우(25표)와 윤성환(16표를)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000년 퀸란, 2001년 우즈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외국인 선수 MVP다.
나바로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리드오프로서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201안타)에 오른 서건창과의 리드오프 경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나바로는 이번 한국시리즈 6차전을 치르는 동안 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을 기록, '세이블세터'라는 본연의 역할은 물론 득점 기회에서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 23타수 4안타 1타점 3도루의 기록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서건창을 압도했다.
1차전에서는 팀의 2-4 패배로 빛이 바랬으나 홀로 2점 홈런을 쳐내 2차전 승리의 단초를 제공했고, 2차전에서는 선취점의 발판이 된 출루를 기록한데 이어 2회말에는 2점 홈런을 폭발시켜 삼성에게 확실한 승기를 안겼다. 4차전에서도 나바로는 타선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 홈런 1개를 추가하며 고군분투했다.
나바로는 특히 6차전에서 팀이 4-1로 앞선 6회초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쏘아올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 지었다. 이날 나바로가 쳐낸 한국시리즈 4번째 홈런은 우즈(2001년 한국시리즈 4홈런)와 함께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이다.
나바로는 이후에도 7회초와 9회초 각각 1타점 적시타를 쳐내 넥센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리며 팀 승리를 굳혔다.
사실 나바로는 시즌 개막 전 루크 스캇(SK), 호르헤 칸투(두산), 에릭 테임즈(NC) 등 대형 거포들과 비교해 기록상 내세울 게 없는 선수였다.
2006년 보스턴과 계약하며 팀내 유망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2010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MLB 통산 79경기 타율 0.206, 2홈런 2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타구단 외국인 거포들에 비해 초라한 기록을 지난 나바로를 활용하기 뒤해 류중일 감독은 2루수와 중견수를 두고 포지션 고민을 했고, 시범경기 중에도 엉뚱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87년생인 나바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시한폭탄이었다. 시즌 초반 1번 타자였던 정형식의 부진으로 4월말부터 1번에 고정됐고, 거짓말처럼 백조로 거듭났다.
빠른 다리를 이용한 주루플레이뿐 아니라 질좋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려내며 삼성 타선을 주도했고, 결국 타율 0.308, 31홈런 25도루 98타점 118득점 97사사구 OPS 0.969 등 엄청난 기록을 남기며 팀의 복덩이로 거듭났다.
또 만 27세의 어린 나이로 앞으로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박석민에 뒤지지 않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야구에만 열중하는 스타일이 한국 야구 풍토와 잘 어울리는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다.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좋은 팬과 좋은 팀을 만났다"며 "내 야구 인생에도 많은 발전을 가져온 곳"이라고 밝히고, "내년에도 삼성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이 마다할리 없는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