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간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되면서 금융당국이 직접 중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 10일 현대차가 KB카드 측에 이번 달 17일까지 계약기간을 조건부로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맹점 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달라고 현대차측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에 당사자인 KB카드 대신 금융당국이 직접 나선 셈입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계약기간을 일주일 연장하면서 KB카드가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할 경우 협상기간을 추가로 연장해 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당국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현대차가 원하는 것은 결국 수수료율 인하가 아니라 복합할부금융상품 판매 중단이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안전판이고 중소캐피탈사와의 금리 경쟁을 통해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 상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현행법 하에서 현대차측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5%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KB카드측이 주장하고 있는 적격비용인 1.75% 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고 현재 현대차에 적용하고 있는 수수료율인 1.85% 보다는 0.35%포인트나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당초 0.7% 수준으로 낮춰달라던 현대차측이 구두상으로 수정 제시한 수수료율인 1.0%와는 0.5%포인트라는 격차가 있어 현대차가 이를 받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는 금융당국과 협상을 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을’의 위치에 있는 카드사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협상력은 단연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차측은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는 것은 보류하면서 복합할부금융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특정 대기업에게 법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수수료율을 최대한 낮춰주는 특혜를 줄 게 아니라, 제도 개선의 여지는 없는 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중소캐피탈사 육성,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의 독과점 억제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없는 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