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소리굽쇠' 조안 "위안부 할머니들 가끔 찾아가면.."①

입력 2014-11-08 15:05
수정 2014-11-10 16:39
배우 조안(31)은 유쾌하고 발랄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여성스러우면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도 있다. 미소가 예쁜 여자 조안과 영화 ‘소리굽쇠’(감독 추상록, 제작 (주)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리굽쇠’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첫 극 영화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귀임의 단 하나의 희망인 손녀 향옥(조안)이 할머니를 고향 땅에 모셔오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안은 향옥으로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소리굽쇠', 따뜻한 영화

조안은 향옥 역을 위해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를 배웠다. 주어진 시간은 2주였다. 하지만 정확히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조안은 “혼나면서 배웠다”며 웃어보였다. 특히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중국어는 가르쳐주시는 분이 자꾸 틀렸다고 해서 힘들었단다. 이는 중국어의 성조 때문. 하지만 극중 조안은 무리 없이 중국어와 조선족 말투를 소화해냈다.

“2012년 12월에 촬영했고 다음해 1월에 끝났어요. 중국에서 2주 찍었죠. 새해는 밀양에서 맞았고요. 정말 추웠어요. 그때가 혹한이었어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버텼죠.(웃음) 완성된 영화는 저도 이번에 처음 봤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제 연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김민상(덕수 역) 선배와의 사랑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더 슬펐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니까요. ‘소리굽쇠’는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영화예요.”

조안은 당시 ‘정글의 법칙’ 촬영을 다녀왔고 단막극을 촬영한 후였다. 몸도 힘들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소리굽쇠’의 대본을 보게 됐다.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좋은 취지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참여했다. 뮤지션 하림과 한희정도 ‘소리굽쇠’를 위해 음원을 기부했다.

“하림 선배에게도 감사해요. 공짜로 해주셨어요. 정말 통 크시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 다 모이니까 영화가 따뜻했어요. 모든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님들의 아픔을 알리는 문화 홍보로 기부하기로 했어요. 취지가 정말 좋아서 이 영화는 해야 될 것 같았어요. 몸은 힘든 상태였지만 의무감도 있었고, 따뜻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 "환경 열악했지만..현장만 가면 선한 눈빛이 절로 나와"

환경은 열악했고 시간은 촉박했다. 적은 예산과 추위로 모두들 고생했다. 하지만 서로를 챙겨줬다. 조안은 다른 촬영 현장에서 보다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너나 할 것 없이 나의 이득을 취하겠다고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한 번 잘해서 좋은 일 해보자고 해서 왔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 고마웠다”며 웃어보였다. 조안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민상과 이옥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옥희 선생님은 정말 순수한 분인 것 같아요. 김민상 선배도 정말 좋은 분이에요. 그래서 극중 침대에 누워계신 모습을 봤을 때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죠. 절대 안 울기로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첫 리딩 때 처음 봤는데 딱 덕수 같았어요. 성격도 좋으시고 친근하고 따뜻하세요. 저는 향옥이를 연기하면서 순수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선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현장에 가면 저절로 눈빛이 나왔던 것 같아요. 스태프도 좋았고 평소보다 선해지는 눈빛이 퐁퐁 나왔어요. 향옥이 눈빛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죠.(웃음)”

조안은 ‘소리굽쇠’를 촬영하기 전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났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가끔씩 찾아뵙는다. 중국에 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을 시간이 촉박해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인사를 나눠 아쉬움으로 남는단다. 특히 조안은 할머님들의 사연을 들으면 눈물이 울컥 나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일 준다는 말에 속아서 간 분들도 많고 납치 된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중국에 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은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데 언어를 잊어버린 분들도 많으세요. 10~14살에 끌려가셨죠. 한국을 그리워하시고 한국 노래도 많이 들으세요. 하지만 그리워하는 이가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시기도 하고 절차가 복잡해요. 현지 환경도 좋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촬영 끝나고도 가끔 찾아가죠. 다들 반가워하시고 예뻐해주셨어요. 올해 1월 할머님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노래를 잘하는 할머님이었는데...제가 가면 노래도 불러주시고 목소리가 참 예쁜 분이었어요.“



-②편에서 계속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