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카트' 염정아, "성실한 선희 역..섹시할 틈 없었죠"

입력 2014-11-08 15:04
수정 2014-11-10 16:27
배우 염정아(42)는 도도하고 세련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화장기 없는 얼굴의 평범한 선희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염정아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해고당하는 선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카트' 우리 주위의 이웃, 엄마의 이야기

염정아는 ‘카트’에 담긴 이야기가 어렵다고 생각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기보다 지금 어딘가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영화 속 선희의 이야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염정아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싶었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서 했어요. 영화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겉으로 이야기하는 건 사회적 문제지만 우리 주위의 이웃, 엄마의 이야기예요. 가까운 이야기죠.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씩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저도 그 전에는 몰랐고 관심도 없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고요.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염정아는 영화 속에서 푸스스한 파마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스스로는 익숙한 모습이라면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 당황하셨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172cm의 큰 키를 소유한 염정아는 살도 3kg 찌웠다. 그래서 캐릭터가 더욱 살 수 있었던 것 같단다. 다른 배우들 보다 큰 키가 신경 쓰여 어깨를 움츠리던 행동 역시 선희가 되는데 도움이 됐다.

“맨 얼굴에 기미도 보이고 파마까지 했어요. 하지만 선희가 미워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처음엔 놀라실 수도 있지만 온전히 엄마여야 했어요. 여자로 어필할 역할이 아니였죠. 선희는 스스로를 돌볼 시간도 없고 생활하기 바빴으니까요. 선희는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했고 당연한 줄 알고 추가근무도 했고요. 정말 성실하게 사는 것 외에는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섹시할 틈이 없었죠.(웃음)”



◆ "아들 역의 디오와 재촬영까지 감행한 이유..."

염정아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울고 영화를 보고도 울었다. 선희가 엄마로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마지막 신의 울분까지도 와 닿았다. 선희를 연기하면서 매순간 선희의 감정들을 잘못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아들 태영 역으로 호흡을 맞춘 그룹 엑소 멤버 디오와의 촬영은 크게 와 닿았단다. 수학여행비도 못 낼 정도인 상황에서 선희의 아들 태영 역시 편의점 알바를 통해 비슷한 일을 겪는다. 염정아와 제작진은 무엇보다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기에 재촬영까지 감수했다.

“아들인 태영도 엄마와 똑같은 일을 겪어요. 편의점 주인한테 맞잖아요. 둘이 같은 곳에서 성장하고 있다가 그 지점에서 선희도 바뀌어요. 사회적인 의무감을 느껴요. 나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에서 목소리를 내죠. 그래서 재촬영까지 했어요. 원래는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경찰들을 만나는 신이었는데 대표님이나 저나 아쉬움을 느껴서 경찰서에서 재촬영을 했고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아들이 돈을 빌려주는 신도 있어요. 아이의 대단함을 느끼면서도 돈을 받아야만 하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포옹하는 신이었는데 테이크를 여러 번 갔어요. 저는 보통 첫 테이크가 쓸만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갈 때마다 똑같은 감정이 올라왔고 많이 몰입해있던 신이에요.”

하지만 영화 내내 슬펐던 건 아니다. 영화 속에 장면처럼 조합원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사이는 좋았다. 화기애애했고 밥도 해먹고 ‘깔깔’ 웃었다. 분장실에서 장기자랑도 했을 정도였다고. 특히 염정아는 문정희와 개인적으로 만나고 문자나 전화 통화도 자주 한다. 남편끼리도 잘 맞아서 함께 여행도 해보고 싶다고. 아들 역으로 나온 디오와의 연기도 좋았다. 물대포를 맞는 신은 겨울이라 추위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다. 겁도 나고 힘든 신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끝나고 기진맥진 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조합원들 모두 밖에서도 같이 울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힘이었다고. 그래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염정아는 앞으로도 어떤 역이든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욕심내는 건 없고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게 좋아요. 지금 고민하는 작품은 없고요.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고 있죠. 장르는 가리지 않고 내년 가야죠.(웃음) 올해는 집에 있든지 해야 될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액션 영화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로열 패밀리' 같은 작품도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잘 살아온 것 같아요. 좋은 작품도 많이 만났죠. 복이 많았던 것 같아요.(웃음)"(사진=영화 '카트' 스틸컷)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