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종료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질 신흥국들은…

입력 2014-11-03 09:30
수정 2014-11-10 08:14
금융위기 이후 ‘제로(0) 금리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정책의 양대 축으로 추진해 왔던 ‘양적완화 정책(QE?Quantative Easing Policy)’이 10월 FRB 회의를 계기로 종료됐다. 올해 초부터 매 FRB 회의 때마다 100억 달러씩 줄여온 테이퍼링이 10월 FRB 회의를 계기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적완화는 규모가 크지만 시한을 정했던 1차와 2차 일몰조항(sunset clause) 정책과, 규모는 작지만 시한을 두지 않았던 무기한 정책인 3차로 나눠 추진됐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에서 달리 보는 시각이 있으나, 정책자금이 공급되는 면에서는 성격이 같아 3차 양적완화의 연전선상의 정책이다.

전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로 볼 수 없지만 본래의 목적인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정국의 금융위기를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극복하는 경로로 볼 때 현재 약 8부 능선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이 8부 능선에 달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가 등 자산 가격은 거품이 우려할 정도로 높으나 실물경기 회복세는 완만해 자산시장과 실물경기가 따로 노는 현상이다.

자산가격과 실물경기가 따로 놀 때 어디에 우선순위를 놓고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이하 출구전략은 이 의미)1’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이후 경기상황은 달라진다.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 종료를 의미하는 양적완화 종료 이후 출구전략 추진시 자산시장에 낀 거품제거에만 우선순위를 둘 경우 실물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는 ‘역자산 효과'까지 가세돼 ’복합불황‘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에만 우선순위를 둘 경우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더 심화돼 나중에 더 큰 후유증(after crisis)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양적완화, 제로금리 등 비상대책보다 출구전략을 추진하기가 더 어렵고, 실제로 정책시기와 수단을 잘못 판단해 경기가 재둔화되고 위기가 재발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추진될 출구전략의 벤치 마크국인 일본도 2006년 이후 출구전략 추진시 정책수단을 잘못 선택에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장기화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1930년대에도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야기시킨 당시 FRB 의장의 이름을 딴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른 경험이 있었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저성장→출구전략 추진→자산가격 하락→역자산 효과→추가 경기침체'로 자산시장과 실물경기 간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복합불황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꼭 6년이 지났으나 세계경제는 여전히 양적완화를 핵심수단으로 하는 추가 금융완화책에 의해 지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매 예측시마다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가격과 관계없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계속해서 하향 수정해온 것이 그 증거다.



동일한 맥락에서 최근처럼 세계경기 회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위기 이후 어렵게 마련된 ‘그린 슛(green shot?푸른 싹)’이 ‘골든 골(golden goal?풍성한 과일)’이 되기도 전에 ‘옐로우 위즈(yellow weeds?시든 잡초)’가 되지 않을 것이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테이퍼링 추진이 결정됐던 지난해 4분기 이후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대침체론 혹은 장기 불황론'에 대한 우려가 계속돼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FRB가 출구전략을 실행하더라도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적으로는 집권 2기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해서 부양정책을 추진할 오바마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를 한꺼번에 늘려갈 수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양적완화 정책에 자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FRB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인해 ‘더블 딥’이 초래될 경우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되는 부담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Fed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경기상황을 크게 악화시켰음을 잘 알고 있는 재닛 앨런 의장으로서는 정책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양적완화 종료 이후 추진될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부문 거품과 잠재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곳에 둘 가능성이 높다. 보통 때처럼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는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배경에서다.

이 때문에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 곧바로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보다 아무런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무중력(non policy) 상태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 추진 중이라도 금융시장의 혼란한 국면이 지속되거나 경기가 재침체될 조짐을 보이면 4차 양적완화 등과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언제든지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적완화 종료 이후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복합불황’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현행 0∼0.25%로 운용하는 기준금리는 고용창출 등 경기가 완전히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국의 통화정책에 있어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가장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정책에 해당된다. 정책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주체들이 처한 개개의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종료를 가장 반기지 않는 국가가 신흥국들이다.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 신흥국의 대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로 유입됐던 달러캐리 자금을 비롯한 외국자금이 이탈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양적완화 종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9월 중순 이후 신흥국에서는 외국자금이 이탈돼 왔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자 이탈세가 테이퍼링 종료를 계기로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 상에 작은 변화에도 신흥국에게는 의외로 큰 타격을 주는 ‘긴급 발작’ 현상으로 ‘나비 효과’의 일종을 말한다.

지난해 5월말 밴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출구전략 시사 발언 직후 대부분 신흥국에서는 ‘1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을 크게 밑돌았던 ‘취약 5개국(F5: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 공화국)’들은 외환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금융시장이 심하게 흔들렸다.

외환보유액 등 위기판단지표로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환보유액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고위험국으로 나온다. 지난해 취약 5개국으로 분류됐던 인도는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외자가 꾸준히 유입돼고 있어 중위험국으로 상향 조정됐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