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도 2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렇게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원인을 먼저 따져봐야할 것 같다.
<기자>
현대중공업은 2분기 1조원 영업손실에 이어 3분기에도 1조9천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2분기에 1조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현대중공업은 5천억원 규모의 손실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가지고 시장은 어느 정도 부실 반영이 마무리 됐다는 의미로로 받아들였었습니다. 그런데 3분기에 1조원 넘는 대손충당금을 또다시 반영하면서 2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해, 올 들어 누적 적자가 3조2천억원 가량 규모에 달했습니다.
영업적자 원인은 대규모 손실충당금과 계열사 영업손실의 반영때문입니다. 일단 플랜트 쪽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화력발전소 공사 손실을 반영해 5천922억원의 충당금이 발생했습니다.
조선 분야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의 대규모 충당금이 반영됐습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손실충당금 4천642억원을 포함해 1조1천459억원 영업손실이 조선 분야에서 발생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실적손실 상당부분이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에서 발생했는데요, 사실 시장에 주는 충격은 현대중공업보다 현대미포조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미포조선의 실적은 악화됐습니다. 오늘 주가흐름도 이같은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미포조선의 실적 보시겠습니다.
2분기에 2천5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이 부진을 털고 빠르게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뚜껑을 열어보니 그보다 훨씬 큰 6천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거죠.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어닝 쇼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현대중공업이 어제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예상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지, 적자를 이어갈 지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큰 충격을 받은 직후라 그런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신규 수주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인데요. 현대중공업이 연초 세운 수주목표가 295억달러인데 3분기 말 현재까지 달성률이 55.3%에 불과한 163억달러 수주에 그치고 있습니다. 업황이 아직까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신규수주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그 수익성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다가 현대중공업은 20년 만에 노사갈등이 불거지면서 오늘 오후부터는 잔업거부에 들어가는데요, 만약 노사갈등이 장기화하고 전면파업까지 들어가게 되면 4분기 역시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500억원 정도의 흑자전환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흑자가 가능하다고 보는 쪽에서도 회사측이 제시한 500억원이라는 규모는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서 2개 분기 연속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한 이후에 턴어라운드의 모멘텀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주가와 관련한 전망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얘기 듣다보니 이미 나온 실적도 안 좋고 앞으로도 딱히 기대해볼 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군요?
해당 업종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취재해보니 앞으로 주가흐름에 대해서 아주 좋게 판단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아까 잠시 말씀드렸던 현대미포조선의 경우에는, 실적 부진의 정도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도라면서 회사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대미포조선은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주가도 반응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대중공업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시다시피 최근 권오갑 사장을 영입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는데요, 권 사장이 잠재손실, 누적손실을 다 털어내는 빅 배스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3분기 실적이 이같은 빅 배스 영향이었다는 점이 확인이 된다면 4분기부터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은 갖기 힘들지만 현재가 바닥권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업종의 주가 밸류에이션이 2000년대 초반 수준까지 낮아져 있다는 건데요,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면 현재 PBR이 0.5배 수준이며, 역사적으로 최저점이었던 지난 2001년~2002년 수준으로 0.45배까지 내려간다 해도 지금보다 5~10%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조선업종에 대한 바닥론이 나오고 있던 터에 이번 실적 발표가 쇼크를 던져주면서 찬물을 끼얹었는데, 조선업종에 대한 대응전략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조선업종이 저평가 상태이기대문에 종목별로는 대응할 만 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난 20일 발표한 삼성중공업 실적은 양호했었거든요.
대우조선해양이 11월 초중반에 실적을 발표했는데,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 나온다면 조선업종에 대한 투심도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LNG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LNG선 발주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수혜가 점쳐진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삼성중공업도 2,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데다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앞두고 있어 이에 대한 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2만7천원인데, 오늘 주가가 2만6천원 정도이고요, 최근에 이 때문에 자사주를 1천200만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게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팀 유주안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