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가수 두 명이 SNS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클론 출신의 강원래와 공연예술가 겸 가수 팝핀현준이다.
가수 강원래는 최근 고(故) 신해철의 사망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비하하는 한 네티즌의 글에 동조하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이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평상시에 가사고 노래고 듣지도 않다가 꼭 누구 죽으면 마치 지인인 마냥 꼴값을 해요"라고 신해철을 애도하는 이들에 대한 비방 글을 남겼다. 강원래가 단 댓글은 '공감 100%'. 아주 짧았지만 지금까지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문제의 네티즌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신해철의 노래를 듣지도 않았으면서 그의 죽음에 "슬프다"고 오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성취를 잘 모른다고 해도,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40대 중반 가장 신해철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있다. 또 방송인으로서 특유의 통렬한 입담을 과시했던 신해철을 가수로서의 신해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 모두 신해철의 죽음에 대해 똑같이 슬퍼한다.
이 네티즌은 그런 사람들 모두를 "꼴값을 한다"고 단칼에 깎아내려 버렸다. 글을 접한 모두의 기분이 나쁜 것은 그 때문이다. '평상시에 신해철의 노래를 듣지도 않았으면서 너무 유난스러워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정도의 글이었다면 별다른 반응을 가져오지 못했을 터다.
하지만 '연예인'인 강원래가 댓글을 달지 않았다면 더더욱 이 글은 아무런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강원래는 앞서 설명한 글이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그걸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댓글을 달면 이 글은 '화제의 글'이 돼 버릴 것이라는 예견이라도 했어야 했다.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 SNS에서 하는 한 마디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강원래가 댓글을 단 게시물의 글쓴이는 일반인이다. 때문에 사람들을 자극하는 글을 썼음에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집중 포화는 댓글 몇 글자 단 강원래가 맞고 있다. 힘겹게 아들을 얻고 아내와 잘 살아가려고 하는 가장 강원래는, 그 책임감만큼 조금 더 연예인 SNS의 속성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렇다면 연예인 SNS의 '속성'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예인 SNS란 결코 '일기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자신의 느낀 바를 지나치게 솔직히 SNS에 드러냈다가 '피'를 본 경우는 숱하게 많다. 그 중에서도 글 한 번 썼다가 '협찬 거지'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된 팝핀현준은 그 타격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지난달 16일 팝핀현준은 미국 LA로의 출국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간다. 이번 여행은 아시아나(항공) 협찬이다. 이왕 해줄거면 비즈니스를 해주지. 하여간 해주고도 욕먹어요. 자리 배정도 안 해서 2층 가운데, 아시아나는 보고있나? 다음부터 대한항공으로 간다'라고 적었다.
이런 내용을 말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가족에게 투덜거리거나, 아니면 비공개 '일기장'에 적었어야(기왕이면 펜과 종이를 써서) 했다. 그랬다면 당연히 이런 풍파에 휘말릴 일도 없었다. 사실 팝핀현준 개인이 협찬 내용과 절차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대중이 보는 '알림장'과 똑같은 SNS에 적는 것은 자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긴 '아시아나는 보고있나?'라고 적은 것을 보면,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봐 줬으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SNS가 '알림장'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도 팝핀현준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면, 그야말로 하나는 알았는데 둘은 모른 셈이다.
SNS는 기본적으로 '일기장'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알림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반인도 이것은 마찬하지다. 아무리 '친구 공개'를 해 두거나 금방 삭제해도 '어느 누구나' 볼 수 있다. 더구나 연예인 SNS는 비공개로 따로 만들어 놔도 해킹이 되어 만천하에 드러나는 세상이다. 진정한 '비공개 SNS'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SNS를 하는 연예인은 적어도 논란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조금은 계산적이어야 한다.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SNS에서 덕목이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솔직해도 될 문제가 있고 아닌 문제도 있다. 솔직해도 될 문제라면 허심탄회하게 대중과 소통하고, 아닌 문제라면 가족에게 그저 하소연이나 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계산적으로 SNS를 운영하느냐에 대해 그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물론 연예인이 SNS에서 진솔하지 않다면 팬들은 아쉬워할 것이다. 그렇지만 '계산적 SNS 운영'의 성공 여부는 그 연예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생존'하고 싶다면 SNS 운영에도 '경영 철학'이 필요하다. 아무런 철학 없이 오늘도 SNS에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는 연예인이라면 강원래와 팝핀현준이 무엇을 몰랐던 것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진=강원래, 팝핀현준 SNS)
한국경제TV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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