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통사들이 또 다시 불법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상황, 정부도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이네요.
산업팀의 박상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불법보조금이 다시 나오고 있네요.
<기자>
네. 그리스 신화에 보면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는 수호신이 나옵니다. 이 괴물을 보고 흔히 이중적인 모습을 빗댈 때 표현하기도 하는데 지금 이통사들의 모습이 '야누스'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10만 원도 안되는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높이다가 최근에 8~9만 원씩 보조금을 높였잖아요.
가입비 폐지다, 멤버십 혜택 강화다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했지만 뒤에서는 50~60만 원씩 불법보조금을 뿌리면서 고객을 모으고 있었던거죠.
취재를 해보니까 심지어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도 이통사들은 거침없이 불법보조금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통사들은 법 위반을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안일한 생각들.. 정부의 대응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리포트에서 보니까 방통위가 구두경고를 하고 각서를 받은 걸로 끝났던데 이게 맞는 겁니까?
불법보조금 없애자고 나온 법을 한 달도 안돼서 무시하고 또 돈을 뿌리고 있는데 말이죠.
<기자>
방통위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 심각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잠시 방통위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방통위 관계자
"(불법보조금이) 뿌려지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듣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아직 조사를 한 건 없기 때문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통신시장이 불법보조금으로 얼마나 혼탁했습니까? 누구는 100만원을 주고 휴대폰을 사고 누구는 공짜로 휴대폰을 사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잖아요.
이런 차별 막자고 나온 법이 단통법이거든요. 그 법에서 금지하는 걸 한 달도 안돼서 버젓이 행하고 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구두경고만 주고 말았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방통위의 고위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하지 말란다고 다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 정도는 과열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박 기자, 그럼 단통법이 시행되면 어떤 강력한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겁니까? 법 시행 전과 큰 차이가 나야 할 텐데요.
<기자>
예전에 제가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요. 단통법을 위반하면 전체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법 시행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죠.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그냥 '법 위반 사항'이라는 것 정도죠.
과징금을 살펴보면 보통 방통위가 조사를 했던 기간의 매출을 기준으로 삼거든요.
이걸 기준으로 보면, 과징금이 적게는 7백50억 원에서 많게는 1천350억 원 정도 됩니다. 과징금이 1년 영업이익의 5%정도 수준에 불과해요.
고객을 더 모아서 영업이익 늘리고 차라리 과징금을 맞겠다..이통사들이 국정감사 기간에도 버젓이 불법을 자행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많은 호갱 고객님을 없애고 똑같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통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는거죠.
사실상 단통법이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입니다.
<앵커>
보조금을 공시해봤자 결국 거짓말 공시라는 이야긴데 그럼 결국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거군요. 단통법, 정말 실효성이 없는 겁니까?
<기자>
그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 곳곳에서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고 일부는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 상황입니다.
누가 맞다 아니다를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보조금 공시가 잘 지켜지고 이통사들이 통신비를 인하하고 제조사들도 단말기 가격을 내리고..이러면 이건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거든요.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단통법으로는 소비자도 이통사도 유통업자도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거죠.
사람들은 통신사든 정부든 제조사든 모두를 믿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잠시 들어보시죠
<인터뷰> 시민인터뷰 3개
"정부든 이통사든 모두 못 믿겠다. 왜 이런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 시장경제에 맡겨야지 왜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가 / 자기들끼리 뭔가 담합을 하는 것 같다. 방통위도 믿을 수 없다"
사람들은 통신사들은 물론이고 정부까지 못 믿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복잡한 상황이군요.
<기자>
간단히 말씀드리면 보조금 상한선이 높아지든,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든 실제 통신비가 내려갈 수 있는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단통법으로 해결이 되느냐..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죠.
당장 불법보조금이 다시 활개를 치는 것만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2년 넘게 준비해온 법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단통법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나 아니면 아예 단통법을 폐지하고 시장경쟁에 맡겨두면서 차별적 보조금 지원을 막을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팀의 박상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