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을 주로 치료하다 보니 스테로이드 오남용으로 인해, 양방에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아토피증상이 악화돼서야 아토피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안타까움을 떠나 “어찌 이 정도까지 갔을까?”하고 필자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환자도 어쩔 수 없었겠지”하고 위안을 해야 조금은 마음이 풀린다.
1년 전 프리허그한의원을 찾은 성인아토피 환자 김대환(가명)씨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처음 내원했을 당시, 장기간에 걸쳐 스테로이드 연고를 아토피보습제 바르듯 사용한 탓에 피부는 이미 거멓게 죽어 있었다.
그는 피부염이 아니라 흡사 피부암처럼 보이는 아토피증상이 온몸 구석구석에 종기처럼 박혀 있었다. 함께 내원한 대환씨의 부모님은 진료 내내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 동안의 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의료진의 설명이 공허하게만 들리시는 것이다.
증상이 너무나도 심했기에 예상되는 치료기간은 1~2년 혹은 그 이상이었다. 부모님은 예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료가 끝나자 한마디 질문을 했다.
“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합니다!” 필자는 일반적인 아토피피부염이 치료되는 것처럼 아들의 증상 역시 치료가 가능하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아드님이 포기만 안 한다면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는 의료진도, 프리허그가 가진 모든 시스템과 아토피치료법을 동원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할 뜻을 전했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아무리 많이 사용했다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통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 사용하신 이들은 일반적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비교했을 때 좋은 결과를 보는 경우가 적다. 아토피가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에는, 장기간의 병마(病魔)로 인해 심신이 모두 지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한 이들은, 한의원에 내원할 즈음에는 대부분 반쯤 포기한 상태다.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좋은 의사와 치료법 그리고 치료시스템을 만나는 것은 인연이 닿아야 하는 일이다.
대환씨의 치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해 거멓게 타 들어간 부위가 재생되면서 해당 부위가 퉁퉁 부어 오르고 진물이 나기를 반복했다. 그 동안 정체되었던 부위가 순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피부과 치료와 아토피한의원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해당 증상이 진정되고 안정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걱정이 된 부모님께서 한의원에 여러 차례 다녀가셨고 대환씨도 본인이 선택한 치료가 맞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증상은 점차적으로 안정됐다.
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대환씨의 증상은 많이 진정됐다. 아직도 정상적인 피부는 아니다. 하지만 얼굴아토피는 물론 거멓게 타 들어가 죽은 피부처럼 보이던 신체 부위들도 이제는 한결 많이 나아졌다.
대환씨가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믿고 따라와준 것만으로도,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는 의료진으로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처럼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한 이들도 분명히 치료가 가능하다.
스테로이드 의존성이 심각하다면 대환씨처럼 심한 증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아토피전문의료진의 코칭을 잘 따른다면 대부분 점차적으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감량해 결국에는 아토피피부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유아아토피환자의 경우에는 좀 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보호자가 아이를 잘 이끌어줘야 한다.
현대의학에서 신의 선물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제제의 장단점을 잘 알고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아무리 장기간 사용했다 하더라도 분명히 치료방법이 있다. 다만 일반적인 아토피피부염에 비해 장기간의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조급증만 내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않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반드시 아토피피부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환씨의 사례를 통해, 아토피치료의 좋은 결과는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와 이러한 의사를 믿고 신뢰하는 환자 간의 팀워크에서 나오는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 믿고 신뢰하는 것부터가 진정한 치료의 시작이다.
한편, 한의사 서산은 '아토피혁명-실용편'의 저자이자 아토피치료병원 프리허그한의원 서초본점의 수석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