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 "한선화, 타이틀롤 부담되겠지만 똑똑해서..."

입력 2014-10-27 07:59
수정 2014-10-30 12:58


배우 오연서가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청춘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이후 10년 만에 대표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성공리에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경제TV 와우스타는 지난 23일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여주인공 장보리로 열연한 오연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으며 매우 털털하고 솔직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여배우였다.

“정말 얻은 게 많은 작품이었어요. 대본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밝아서 좋았어요.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들의 스트레스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예상 못했어요.”

오연서가 연기한 장보리는 한복 명가 비술채의 외동딸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국밥집 도씨(황영희)의 양딸로 자라난다. 어른이 된 장보리는 처녀의 몸으로 언니 연민정(이유리)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으로 키우기까지 한다. 남들처럼 화도 내고 복수도 할 법 한데, 한없이 착한 장보리의 성격이 답답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리 캐릭터에 100% 만족해요. 보리를 연기하며 치유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 있나 싶었죠. 그런 상황이면 누구든 그러지 않았을까요. 자기가 손해 보는 것이 낫지, 엄마나 딸이 피해를 보는 건 못 볼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드라마로 보여 지다 보니 반복되는 것도 있고 극단적으로 비춰졌을 뿐 누구나 보리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걸 다 용서하는 캐릭터였잖아요.”

오연서가 장보리를 연기하면서 부담스러웠던 점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하는 것과 모성애 연기를 펼치는 것이었다.

“사투리 연습만 중점적으로 했지만 ‘이런 상태로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님이 사투리 연기는 10회 분량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됐죠. 인기를 끌어서 좋았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비단이랑 첫 촬영을 했을 때 당황스러웠어요. 갑자기 여섯 살짜리 딸이 생긴 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그러다 비단이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모성애 연기가 됐어요. 비단이를 연기한 지영 양이 워낙 연기 천재라서 주고받는 게 예쁘게 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보리를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비단이와 함께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오연서의 안정된 연기력과 뛰어난 캐릭터 소화는 장보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극중 오연서의 구수하고 친근한 매력의 ‘보리’라는 이름은 ‘보리보리’, ‘참아보리’ 등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활용되고 있으며 보리가 이재화(김지훈)를 부르는 애칭인 ‘찌끄레기’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촬영 때 모여든 팬들이 ‘보리보리 힘내’라고 외쳐주셨죠. 지금도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서비스도 주시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정말 감사하죠. ‘보리보리’라고 불러주실 때 너무 좋아요.”

오연서와 함께 연민정 역의 이유리, 이재화 역의 김지훈, 비단이 역의 김지영 등이 없었다면 ‘왔다! 장보리’는 빛날 수 없었을 터. 오연서 역시 이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고 연기에 대해서는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이)유리 언니는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평소 엉뚱하고 4차원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기를 하시는데, 어쩜 악역 연기를 잘 하시는지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어진다니까요. (김)지훈 오빠는 딱 재화예요. 항상 애드리브를 준비해 오세요. 근데 리허설 때는 안 하다가 슛 들어가면 해서 NG를 내게 만들어요. 개구쟁이 스타일이죠. 사실 초반에 모성애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영이가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왔다! 장보리’를 통해 앙칼진 전라도 사투리, 드세 보일 만큼 털털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오연서.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속 이미지는 그가 벗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만큼 숙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매 작품마다 변신보다 그 작품에 집중하는 마음이었어요. 장보리로 인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깍쟁이 이미지를 벗었어요. 친근해지고 착해졌죠. 조금 부족해도 잘 봐주셨으면 해요.”

‘왔다! 장보리’ 후속 작품인 ‘장미빛 연인들’ 타이틀롤은 오연서와 친분이 두터운 한선화가 맡았다. 두 사람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며 가까워졌다. 전작의 성공은 후속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을 터.

“‘장미빛 연인들’ 제작진이 ‘오자룡이 간다’의 제작진이에요. 프로덕션도 같아 다 아는 분들이라 응원하고 있어요.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한선화와 친해졌어요. 동네도 가깝고 해서 서로 응원도 많이 해주고 있어요. 50회 드라마의 타이틀롤이 부담은 되겠지만 똑똑하고 야무지니까 잘할 거예요. 제 드라마 끝나고 여행가자고 했는데, 갈 수 없게 됐죠.”



2002년 3인조 걸그룹 러브(LUV)로 데뷔한 오연서는 이듬해 배우로 전향했다. 드라마 ‘반올림’(KBS 2), ‘동이’(MBC), ‘대왕세종’(KBS 2) 등에 얼굴을 내밀었고, 2009년에는 영화 ‘여고괴담 5’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10년 무명시절을 보낸 그는 2012년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연기를 그만두려고도 했어요. 이 길이 맞나 의심하고 의심했죠. 연예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10년만 참고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어려서 무명이었던 게 지금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도 자유롭게 했고, 유명해지면 포기해야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오연서는 연애 보다는 일이 좋단다. 한 술 더 떠 결혼은 너무 먼 이야기 같단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 그 때는 결혼을 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결혼은 먼 이야기 같아요. 32살에서 34살쯤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일이 사랑보다는 우선이에요.”

올해 오연서의 목표는 운전면허 획득과 활발한 연기 활동이었다. ‘오자룡이 간다’에 이어 ‘메디컬 탑팀’, ‘왔다! 장보리’까지 드라마에 출연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며 쉼 없이 달려왔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죠. ‘왔다! 장보리’ 들어가기 전에 운전면허를 땄어요. 인생은 맘대로 안 되는데, 자동차는 맘대로 움직여 주니까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가장 큰 목표는 많은 작품을 하면서 더 바쁘게 일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일 년 내내 바쁘게 보내며 ‘너무 바빠요’하는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어요. 소속사에도 일을 계속 잡아달라고 말을 하고 있어요.”(웃음)

데뷔 12년 차 오연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였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0대의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이 많아요. 지금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 색깔도 찾고 싶고요. 대중이 생각했을 때 연기도 잘하고, 여자 배우로서 멋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여행프로그램은 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