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8편.

입력 2014-12-12 09:30
인간은 감정이 있는 존재다. 직장에서 곤란한 논쟁이 오가기 전에 항상 “언짢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일일 뿐이잖아요”라는 식의 상투적인 말을 건네지만 실제로 ‘그냥 일’일 때는 없다. 각자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직장과 밀접히 연결되고, 운 좋게 자기가 관심 있는 직장에서 일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신경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남성과 여성은 기본 기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정보를 학습하고 처리하고 분배하고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화성에서 오고 여자가 금성에서 오게 된 이유와 과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년 사이에 여성의 권리가 높아지고 남녀가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오면서,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금지된 주제로 밀려났다. 이는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방 안에 들어 있는 격이자,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성욕을 둘러싼 상황과 유사하다.

여자와 남자는 평등하지만 정서적으로 분명히 다르다. 특히 여자와 남자의 뇌는 구조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다른데, 따라서 여자와 남자가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실제로 뇌의 주요 기억 중추인 해마와, 언어를 관장하고 감정을 관찰하는 다른 뇌 영역에 연결된 신경회로가 여성의 뇌에서 더 크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여자는 감정에 얽힌 사건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정확히 기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여자는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날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할 뿐 아니라, 심지어 서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고 각자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으며 남들은 자기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상세히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여자는 눈물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눈물을 자주 흘린다. 따라서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가 나약하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체 구조상 잘 울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다.

여자든 남자든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을 분비한다. 이들은 혈압을 올리고 혈당을 늘려서 ‘싸우거나 도망치기’ 반응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다만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남자보다 많이 분비하는데, 옥시토신은 생물학에서 ‘보살피고 어울리는’ 본능이라고 부르는 성향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사회적 유대에 더 신경 쓰는 편이다.

반면 남자의 뇌는 행동과 공격성을 조절하는 중추가 여자보다 크고,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열 배나 많이 분비한다. 그래서 남자는 회의 중에 말을 끊는 얼간이와 더 잘 부딪치고 공격자가 나타나면 맞서 싸우는 편이다.

남자의 뇌 구조에서는 자기를 방해하는 사람과 공개적으로 맞붙으면 오히려 긍정적인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 게다가 경쟁적인 분위기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기 때문에 ‘피드백 회로feedback loop)’에 따라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위험한 방향으로 달려가기 쉽다.

반면 여자는 갈등이 온갖 부정적인 화학반응을 자극해서 스트레스와 우울, 공포의 감정을 유발한다. 다시 말해서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분노를 표현한 뒤에 남자보다 더 많이 후회한다.

어쩌면 이런 사실이 증명돼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남자가 어떻게 힘든 회의를 마치고 난 후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여자가 왜 문제를 더 오래 곱씹는지에 대해 확인해주고, 이런 성향이 잘못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일 뿐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게 되면 감정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앞으로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직장 생활의 행동 규범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남녀의 신경생물학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받아들인 것을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행동 규범을 정립하는 것. 이러한 과학적 통찰이 이루어질 때, 직장에서 대인관계가 다르게 움직일 것이며, 감정을 교류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