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및 원자재 가격 전망

입력 2014-10-22 08:51
수정 2014-10-22 08: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꼭 6년이 지났으나 세계 경제는 새로운 성장기반보다는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금융완화책에 의해 지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가 특정사건을 계기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나, 이 부문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이후 등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매 예측시마다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가격과 관계없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 수정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기 회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축소) 이 종료되면 금융위기 이후 어렵게 마련된 회복기반이 다시 약화되고, 신흥국들은 자금이탈에 시달리면서 ‘저성장’ 혹은 ‘복합불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국별로 살펴보면 미국경제는 ISM제조업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소비자신뢰지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2분기 미국 GDP성장률 수정치는 잠정치(4.0%)과 시장 예상치(3.9%)를 모두 상회한 전기비 연율 4.2%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투자가 예상보다 확대돼 민간투자 증가율이 상향조정되고 순수출의 감소폭이 잠정치보다 축소조정된 것에 기인한다.

유로 경제는 작년 하반기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등으로 전기비 제로 성장에 머무는 등 ‘재둔화(double dip)’1 국면에 빠졌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월별 GDP증가율로 경기진전 상황을 판단하는 갈릴레오 지수(Galileo Index)로 올해 유로 경제를 추적해 보면 성장과 물가 간의 악순환 국면에 놓여 있다.





일본 경제는 올해 4월 소비세 인상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1.8%(연율 -7.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엔저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26개월 연속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엔/달러 환율이 110엔에 근접함에 따라 일본내 자금이탈 등 급속한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중국 경제는 2012년 1분기 이후 8% 미만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둔화2 △제조업 과잉설비 △부동산경기 악화 등과 같은 경기 순환적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증가율이 크게 확대됐으나 부동산경기 위축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생산·소비·투자 등의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올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4년과 2015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이전(7월 전망)보다 각각 0.1%p, 0.2%p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금융위기로부터 파생된 과잉채무와 고실업률 문제가 잔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잠재성장률 저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경기회복 속도와 경제발전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중에서는 미국과 인도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은 고용과 금융여건의 호조 등으로 올해 성장률을 0.5%p 상향 조정했고, 유로 존은 수요부진 지속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로 전망치를 0.3%p 하향 조정했다.

IMF는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대외충격에 취약한 신흥국의 자본유출 등 성장세 제약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은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올해보다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금리의 경우 경기개선과 고용시장의 점진적인 회복이 임금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상이 2015년 중반이후부터 차분히 이뤄질 전망이다3. 과거 미 국채금리(10년) 정책금리보다 약 2분기 먼저 상승하기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내년 하반기에 이뤄지더라도 시중 장기금리는 그보다 먼저 오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월 FOMC 회의록에서 연준 위원들이 달러화 강세가 미국경제에 미칠 잠재적 충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남에 따라 달러 강세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유로존과 일본에 비해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내년 중 금리인상이 유력한 반면 유럽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일본은 양적완화 지속이 예상됨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는 ECB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다소 증가시키며 유로화 약세를 당분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유로지역의 저조한 경기회복 전망 및 이에 따른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기조 차이 등을 감안해 유로화 환율의 장단기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원자재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유가는 단기적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나 과다한 공급이 예상돼 약세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4. 원유 공급은 OPEC 결속력 약화와 세일 가스 개발 등으로 미국의 원유공급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 원유 수입국은 중국 경기의 둔화, 달러 강세 등으로 원유 수입이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유를 제외한 국제 원자재 시장은 전반적인 하향 움직임에 변화가 없을 전망이나 낙폭과대 품목을 중심으로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다. 곡물은 신곡출하, 양호한 날씨 등 하락요인이 크고 상승 모멘텀은 찾아보기 힘들어 가격상승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속은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알루미늄, 아연 등을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좀 더 출회될 전망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강세지속 전망이 우세하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