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토리금융' 놓고 엇갈린 명암

입력 2014-10-10 16:29
수정 2014-10-10 18:19
고객들의 사연을 담은 ‘스토리금융’을 놓고 은행권의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금융권에 새롭게 선보인 스토리금융. ‘고객 중심의 영업’이라는 새로운 고객 관리 체계를 만들고 이에 따라 직원들을 평가하도록 성과지표를 만드는 등 고객 중심 경영으로 신뢰 회복을 꾀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이 지난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사퇴한 후 사장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는 스토리금융TF를 맡고 있던 박영태 상무의 거취 변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KB사태의 후폭풍이 지나간 후 박 상무는 이 전 행장이 사퇴하기 전 IT 관련 임직원들을 고발하면서 공석이 된 IT본부장직을 겸임하게 됐습니다.

이 전 행장이 전면적으로 내세웠던 만큼 스토리금융TF팀은 행장실과 같은 층에 자리했었지만 박 상무가 국민은행 현안은 IT본부 일을 맡게 되면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스토리금융을 추진했던 당사자의 부재로 추진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스토리금융TF팀 반대편에는 현재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지우 부행장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은행은 최근 고객의 사연을 담은 ‘우리이야기’ 홈페이지를 선보였습니다.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위기를 극복했거나 고객과 은행이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는 등 고객의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당초 이렇다 할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직원 평가를 하겠다는 취지에 의문을 자아냈던 국민은행의 스토리금융과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구체적은 사연을 보여주면서 '손에 잡히는' 스토리금융을 선보인 셈입니다.

다만 국민은행의 스토리금융이 금융권에 ‘고객 중심 영업’이라는 새로운 경영 방식을 제시한 것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우리은행에 이어 고객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담긴 사례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거나 국민은행의 스토리금융처럼 대대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의 스토리금융이 실체가 없는 잣대로 직원 인사평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만큼 잘 가다듬어진 형태의 새로운 스토리금융이 금융권에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스토리금융은 ‘평가’를 한다는 점 때문에 각 지점마다 고객 사연을 만들어내 보고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며 “평가 개념이 아닌 고객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나간다는 방향으로 각 은행들이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