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아이다'라는 작품의 이름은 들어 봤을 법하다. 에티오피아 포로 출신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와 전쟁의 비극이 어우러진 대작 '아이다'는 오페라로, 또 뮤지컬로 끊임없이 생명력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11월 25일에는 '아이다 1963'(첫 번째 사진)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오페라가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제목도 똑같고 내용도 똑같은데, 어차피 다 같은 공연 아니야?'라고 생각할 성급한 이들을 위해, 기존의 '아이다'와 이번에 공연되는 '아이다 1963' 간의 '빅매치'를 마련했다.
★'1963'의 의미…기존의 '아이다'를 생각 마라
오페라 '아이다'(두 번째 사진 왼쪽 포스터)는 이미 최근 국내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의 주관으로 공연된 바 있다. 임세경 신동원 윤병길 이아경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을 캐스팅해 2014년 2월 그 막을 올렸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신비로운 이집트의 재현'이라는 평을 들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디즈니 뮤지컬로 재탄생한 '아이다'(두 번째 사진 오른쪽 포스터)도 있다. 오페라 '아이다'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뮤지컬이었지만 팝 스타 엘튼 존이 작곡한 트렌디한 음악과 진지한 러브스토리, 화려한 비주얼로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뒤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에 공연되는 '아이다 1963'은 오페라이다. 당연히 등장하는 음악은 오페라 '아이다'에서 익히 들은 베르디의 것이다. 그러나 '1963'이라는 숫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같은 작품이지만 같은 작품이 아니다.
'1963'이라는 숫자는 오페라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최고의 예술가들이 장인 정신으로 '아이다'를 만들어낸 때를 뜻한다. 이 작품은 그 남다른 참여 예술가들과 작품성으로 라 스칼라 극장에서 상징적인 유산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마스터' 프랑코 제피렐리-릴라 데 노빌리
이러한 '아이다 196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사람의 이름이 있다. 세계 최고의 정통 오페라 연출자이자 영화 감독으로도 유명한 프랑코 제피렐리와 라 스칼라 극장의 무대 미술 및 의상 디자이너로 활약한 세기의 예술가 릴라 데 노빌리이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도 유명한 프랑코 제피렐리에게도 '아이다'는 특별한 작품이다. 그가 1963년 '꿈의 극장' 라 스칼라 극장의 데뷔작으로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으로 알려지기 전 제피렐리는 1950년대 초부터 오페라 연출에 뛰어든 예술가로, 전설적인 가수 마리아 칼라스와 '라 트라비아타', '노르마' 등을 무대에 올리며 활약했다. '아이다 1963'은 고인이 된 제피렐리의 감각을 그대로 계승, 그가 유일하게 인정한 후계자이자 분신인 니콜라 조르지가 리바이벌 연출한다.
제피렐리 못지 않게 릴라 데 노빌리 또한 그 경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1916년생인 릴라 데 노빌리는 에르메스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50년대부터는 무대와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라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최전성기를 빛낸 디자이너로,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아이다 1963'의 무대와 마리아 칼라스의 드레스 등이다. 라 스칼라 극장 박물관은 릴라 데 노빌리의 별세 후 2002년 추모 전시회를 열며 그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잠시 머물고픈 화려한 아파트 vs 살고 싶고 갖고 싶은 아파트
그래도 거장들의 이름만으로는 과거의 '아이다'와 '아이다 1963'의 대비가 작품을 접하기 전인 일반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라 스칼라 극장의 예술 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미 과거의 '아이다'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다 1963'을 가장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평을 내놓았다. 라 스칼라 극장이 보유하고 있는 두 버전의 아이다, 즉 2006년작 '아이다'와 1963년작 '아이다', 즉 '아이다 1963'을 비교한 것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2006년작 '아이다'는 너무나도 화려한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임대해서 잠시 편하게 머물고 싶긴 하지만 구입해서 살고 싶은 아파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이다 1963'에 대해서는 "나의 고국에 유치하고 싶은 작품이다. 고대 이집트의 환상적 이미지와 시적 감성이 녹아 있는 거장 릴라 데 노빌리의 무대와 의상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실제로 재직 중 1963년작 '아이다'를 고국에 유치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말처럼 '아이다 1963'은 일회성 이벤트로 잠시 눈을 현혹시키는 공연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의 라 스칼라 극장이 자부심이자 상징물로 생각하는 '문화 유산'에 더 가깝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코 제피렐리의 분신 니콜라 조르지의 연출 및 릴라 데 노빌리의 전설적인 무대가 그대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재현되는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행운이다. '아이다 1963'은 11월 25~30일 오후 7시 30분 공연된다.(사진=IAM)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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