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CG-댄스삼매경…‘압구정 백야’ 명불허전 임성한

입력 2014-10-08 09:42


‘압구정 백야’가 맥락 없는 전개를 선보였다.

임성한표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드디어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2회 만에 무너졌다.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와 이해 불가한 몇몇 장면들로 인해 시청자들은 이미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설득력과 개연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드라마에 맥락 없는 장면들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몰입도 역시 깨져버렸다. 단 2회 만에 시청률 2.0%P가 하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새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 2회에서는 백야(박하나 분)와 시누이 효경(금단비 분)의 갈등이 최고치로 치닫는 모습이 그려졌다. 남아 있는 유일한 혈육인 영준(심형탁 분)에게 심한 집착을 보이는 백야는 일부러 효경과 영준의 사이를 와해시키려고 했다. 일부러 집을 나간 뒤 영준을 찾아오게 만들어 이것저것 효경의 흉을 보며 갈등을 키웠다.

여기에 장훈(한진희 분)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은하(이보희 분)이 백야의 친 엄마일 가능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으며 화엄(강은탁 분)의 집 식구들이 백야의 개명 전 이름인 백선동을 기억, 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각 인물과 집안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뚜렷한 이야기 줄기는 있지만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면들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무엄(송원근 분)을 그리워하던 선지(백옥담 분)는 백야와 통화중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를 개사해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더욱이 과거 가요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촌스러운 카메라 워킹이 연출돼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은하는 자신의 딸이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 못 드는 것을 알고 직접 고양이를 쫓기 위해 창문 밖으로 물바가지를 끼얹었다. 창문 아래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가 맹렬히 대치하고 있었으나 CG로 구현된 고양이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난데없이 끼어든 이 장면은 그 어떤 복선도 암시도 되지 않았다.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는 1차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손쉽게 끌었다. 전작에서의 악명 높은 막장 전개와 매번 상식을 뛰어 넘는 인물들의 뜨악한 대사 때문이다. 지난 2회에서는 백야가 “주부는 찬밥을 먹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일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선정성으로 시선몰이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계속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압구정 백야’의 롱런을 위해서라면 이해불가한 장면이나 대사는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