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백야’ 막장·시월드·암세포…임성한 월드 만개했다

입력 2014-10-07 10:35


‘압구정 백야’,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막장계의 대모 임성한은 역시 달랐다. 전개도 캐릭터도 평범함을 넘어섰다. 이 비범한 인물이 향후 그려낼 상상 이상의 전개와 사건이 30분 남짓 방송된 첫 회부터 우려와 걱정을 모으는 것 또한 임성한의 작품이기에 가능한 것일 터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새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는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분)를 비롯해 친구 선지(백옥담 분), 가영(김은정 분)이 특별한 생일 파티를 위해 각각 스님과 기생, 무당 옷을 입고 클럽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클럽에서 만취한 선지는 무엄(송원근 분)이 있는 룸으로 무작정 들어가 입맞춤을 했고 당황한 무엄은 백야 일행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백야는 임성한 작품 속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하는 일 앞에서는 누구보다 정의로웠으며 상대를 가르치려는 듯한 날선 말투도 여전했다. 난데없이 입맞춤을 하며 덮쳐든 선지 때문에 당황하던 무엄에게 “속으로는 좋지 않았냐”는 대사는 역시 그의 드라마답게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백야의 만행은 올케 효경(금단비 분) 앞에서는 절정을 이루었다. 백야는 오빠인 영준(심형탁 분)을 찾아가 효경의 험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만삭인 효경에게 “데리러 와 달라”며 진상을 부렸다. 이후에도 “언니는 전형적인 B형이다”, “오빠에게 오빠라고 부르면 나는 뭐가 되냐”, “한숨 쉬지 말라” 등 트집에 가까운 잔소리를 내뱉으며 효경을 못 살게 했다. 만삭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올케에게 쏘아붙이는 백야의 모습은 쉬이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힘든 모습이었다.

이밖에도 논란이 될 만한 대사들이 상당했다. 전작 ‘오로라공주’에서 큰 화두가 됐던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대사는 “암세포 같은 것들”이라는 대사로 변형 돼 나왔으며 마찬가지로 전작 ‘오로라공주’에서 동성애자 나타샤로 나왔던 송원근이 자신의 엄마에게 “게이도 세 종류가 있다”며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목은 실소 아닌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이야기이지만, 방송국과 화엄(강은탁 분)의 모습은 단 한 컷만 등장할 뿐이다. 특히 추장(임채무 분)이 여자 문제로 얽힐 가능서잉 있다는 점, 근엄과 강렬히 말싸움을 벌였던 백야가 향후 화엄과의 인연이 있다는 점, 백야를 중심으로 출생의 비밀이 얽혀 있음을 암시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첫 회에 뿌려놓은 이 복선들을 임성한이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한 상태.

단 첫 회를 보고 나서 드라마의 향방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겠지만 임성한의 드라마가 평범치 않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막장계의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이 전작을 통해 한껏 드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