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30)을 만났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다정한 순정남 칠봉이에서부터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의 다정하고 리더십 있는 모습까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유연석은 실제로도 다정했다. 진지한 눈빛으로 상대방의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영화 ‘제보자’는 세계 최초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윤민철(박해일) PD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연석은 이장환 박사와 연구를 해온 심민호(유연석) 팀장 역을 맡아, 논문이 조작된 사실을 알리는 제보자로 열연을 펼쳤다.
◆ 아빠-연구원-제보자, 심민호가 되다
꼼꼼하고 미리 준비하는 성격인 유연석은 작품에 들어가며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충실하려고 했다. 오랜 시간 그런 삶을 산다고, 캐릭터를 완벽하게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고 그 현장에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란다. 유연석은 연구원 심민호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아가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힌트를 얻었다. 아빠 심민호가 되기 위해 육아 예능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진실에 대한 확신과 과학자로서의 소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극영화예요. 시나리오 안에서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제 캐릭터가 특별한 증거도 없는데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호소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죠. 그래서 진실을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했고 목표로 삼았어요. 안경은 연구원들을 보니까 다들 쓰고 있더라고요. 현미경으로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안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안경 쓰고 안 쓰고 이미지가 달라요. 그래서 안경을 활용해보자고 얘기를 했었죠.”
유연석은 인터뷰 신에서 호소력 있게 표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그런 성향이 아니다. 보통의 연구원들은 담담하게 매일 접하는 연구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딸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금 더 감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도 고민했고,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담담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궁지에 몰렸을 때 나를 믿어줄만한 사람도 안 믿어줄 때 호소력 있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또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망설임 없이 바로바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보를 할 것이냐, 말해야 될 것이냐. 가족도 있고 꿈도 있고 그 순간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제보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사실을 담담하게,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제보자’ 함께한 감독과 배우들...다시 작업하고파
유연석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하고 싶은 캐릭터를 미리 정해놓는 편은 아니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에 정해놓고 싶지 않고 다양한 모습에 도전하고 싶단다. 이번 역할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도전했다. 물론 롤모델로 꼽은 배우 박해일과의 호흡도 선택 이유 중 하나였다.
“박해일 선배는 의외로 재밌는 분이세요. 배려도 잘해주세요. 연기할 때도 후배 배우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죠. 제가 사람을 잘 보고 롤 모델로 삼았던 것 같아요.(웃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분이셨고 정말 좋았어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느낌으로 만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경영 선배는 멋있고 그 연세에 소년의 감성을 갖고 계시죠. 그런데 남자의 향기도 있어요. 남자로도 배우로도 멋있는 것 같아요.”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배우 류현경과 ‘제보자’에선 부부가 됐다. 서로 편하고 친한 사이였기에 “여보”란 대사가 어색할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단다.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왔고, 덜 어색했던 것 같다고. 특히 유연석은 임순례 감독과 나중에 꼭 다시 작업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보자’는 보고 나서 생각이 떠오르는 영화예요. 보면서 나도 항상 진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소신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영화였어요. 좋은 영화고요. 임순례 감독님은 뚝심이 있으세요. 대장부처럼 스태프를 끌고 가다가도 잘 챙겨주셨죠. 그래서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독님이 소신 있게 끌어가셨다는 점에서 정말 존경하고 나중에 다시 작업하고 싶어요.”
◆ '유연석 콤플렉스'를 장점으로.."다음 시합 준비중"
2003년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데뷔한 유연석은 꽤 긴 무명시절을 보냈다.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학예회에서 연극을 하고 난 후 사람들이 보낸 박수는 짜릿했다. 대학교 재학시절 영화 ‘올드보이’와 연극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짜릿함을 느꼈다. 그렇기에 여러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단다. 때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다.
“쉽지는 않죠. 그런데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어요. 원하지 않고 시켜서 하는 거라면 못 버틸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일이어도 즐겁고 얻는 부분이 있으니까. 재미들을 찾아가니까 버텨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어릴 때부터 연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평생 일하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잖아요. 물론 일이고 직업이지만 단순히 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좋아서 하는 일이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까 다른 것을 할 때보다 덜 지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수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새로운 분들하고 인연이 이어지니까 지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유연석은 과거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때로는 콤플렉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캐릭터를 입힐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보는 사람들이 매 작품 그 인물로 받아들이는데 어색하지 않는다면 배우에게 그것만큼 큰 장점이 어디 있겠는가. ‘응답하라 1994’로 많은 사랑을 받은 유연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또 다시 시합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음 경기를 위해서 훈련하는 선수처럼 연습 중이다. 많은 고민들을 통해 유연석은 30대가 됐고, 성숙해졌다. "언제나 열정이 들끓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20대를 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 30대를 보내고 싶어요. 40대가 돼서 30대를 돌이켜보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특히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굉장히 공감했어요. 저분들이 큰 목표고 롤모델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이순재 선생님은 학교 은사님이세요. 지금의 나이에도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시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고요. 박근형 선배님은 드라마에서 아버지로 나왔는데 그때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하시더라고요. 액션 영화 준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 연세까지 배우로 살아오시는 것도 대단하고 지금의 나이에 열정이 들끓는 것도 본받고 싶어요. 저에게 배우로서 목표가 되는 분들이세요.(웃음)“(사진=워너비 펀)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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