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호가 2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홍콩의 16강전 76분에 중거리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다음 경기부터 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키다리 공격수 김신욱이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해서 그랬던 것인가? 이광종호는 한국 홍콩 전반전 내내 답답한 축구를 또 답습했다.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 라오스에게 혼쭐이 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5일 저녁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 한국 홍콩의 맞대결에서 후반전에 터진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무난한 승리였다. 하지만 축구경기의 특성상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지는 흐름 속에서 전반전은 너무나 무모한 전술로 일관했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판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종아리를 다친 김신욱이 다시 축구화를 신고 벤치에 앉았다. 그 경기에서 더 큰 부상을 당한 공격형 미드필더 윤일록이 아예 부상으로 더 이상 대회에 임할 수 없게 된 것을 감안하면 김신욱의 복귀 가능성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돌아와 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8강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이번 한국 홍콩의 16강 맞대결은 가볍게 여긴 것일까? 전반전 내내 무모할 정도로 측면 크로스 공격 전술을 고집했다.
김신욱 대신 뛰고 있는 이용재가 물론 높은 공을 따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홍콩의 수비전술을 얕봤다. 홍콩축구에 진출해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 한국축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간과한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임창우, 이재성, 이용재의 헤더가 홍콩 골문을 아찔하게 위협했지만 실제로 골로 연결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띄워주기의 생명인 타이밍이 그렇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한국 홍콩 전반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후반전에 전술 변화를 주문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점이다.
선수 교체 없이 후반전을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높게 올리는 측면 크로스를 원칙적으로 접고, 짧고 정확한 패스 전술로 변모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공을 갖지 않은 제2, 제3의 동료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공간을 열어갈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59분에 터진 이용재의 시원한 선취골부터 남달랐다. 이재성이 드리블하다가 찍어준 공을 김영욱이 부드럽게 가슴으로 내줬고 이용재가 강한 오른발 인스텝킥으로 그토록 원하던 골을 터뜨린 것이다.
숨통이 트인 한국은 벼랑끝에 몰린 홍콩 수비수들을 상대적으로 쉽게 흔들어댔다. 76분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김승대가 높은 크로스를 선택하기보다는 낮게 깔리는 패스를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 이 공을 박주호가 달려들며 왼발 인스텝킥으로 성공시켰다. 보기만 해도 시원스러운 추가골이자 승부의 쐐기를 박는 슛이었다.
'드리블-패스-공간 이동'의 삼박자를 자연스럽게 연주하기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한국 홍콩 후반전 추가 시간에 교체 선수 문상윤이 찔러준 공을 달려들어가던 김진수가 왼발로 차 넣어 3-0 완승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후반전에 전술 변화를 이끌어낸 우리 선수들은 오는 28일(일요일) 저녁 5시 문학경기장에서 일본과 준결승 진출권을 다투게 됐다.
한 계단 더 올라갔기에 그 상대가 홍콩처럼 후반전에 무너질 것이라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전반전에 안 통하는 잘못된 전술은 미련을 버리고 바꿔내야 한다. 홍콩과의 이 경기 후반전에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발견했기에 못할 것도 없다. 전반전 중반부터 과감하게 전술 변화를 시도해야 가장 빛나는 메달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대표팀에는 포항 스틸러스의 스틸타카 주인공들(김승대-손준호)이 듬직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 중원의 핵심 이재성도 짧고 정확한 패스 축구에 특화된 선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 결과(25일 저녁 8시, 고양종합운동장)
★ 한국 3-0 홍콩 [득점 : 이용재(59분,도움-김영욱), 박주호(76분,도움-김승대), 김진수(90+3분,도움-문상윤)]
◎ 한국 선수들
FW : 이용재(81분↔안용우)
AMF : 이재성(90분↔최성근), 김승대, 김영욱(86분↔문상윤)
DMF : 박주호, 손준호
DF : 김진수, 김민혁, 장현수, 임창우
GK : 김승규
◇ 16강 다른 경기 결과
★ 일본 4-0 팔레스타인 [득점 : 엔도 와타루(17분), 스즈키 무사시(27분), 아라노 타쿠마(75분), 하라카와 리키(82분)]
★ 요르단 2-0 키르키즈스탄 [득점 : 알레싸위(110분), 알마르디(115분)]
★ 태국 2-0 중국 [득점 : 크라이소른 아디삭(46분), 크라이소른 아디삭(76분)]
◇ 16강 나머지 일정
☆ 이라크 - 타지키스탄(9월 26일 16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베트남 - 아랍에미리트(9월 26일 16시, 화성종합경기타운)
☆ 우즈베키스탄 - 사우디아라비아(9월 26일 20시, 고양종합운동장)
☆ 북한 - 인도네시아(9월 26일 20시, 안산 와 스타디움)
◇ 8강 대진표 일부
☆ 한국 - 일본(9월 28일 17시, 문학경기장)
☆ 태국 - 요르단(9월 28일 1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