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류거리, 헤이트 스피치가 훑고 간 상처

입력 2014-09-19 16:01
수정 2014-09-24 17:53


일본 최대의 코리안 타운이라고 불리는 도쿄・신오쿠보에서 한국음식점이나 한류 굿즈점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도쿄 신문에 따르면 한류붐의 쇠퇴를 더 몰아친 헤이트스피치(반한집회)는 작년 9월 이후 일어나지 않았지만, 끊긴 손님들의 발길이 1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때 치솟았던 점포 임대 가격은 반값으로 줄었고 “한류 거품은 이제 끝났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코리안타운의 상징이라 불렸지만 지난 8월에 문을 닫은 한국음식점 ‘대사관’의 홍성엽사장은 “가게 앞에서 ‘죽어’ ’나가’라고 외쳐진 (헤이트스피치의) 영향은 심각했다. 가게로 오신 손님들을 창피하게 만들고 말았다. 힘들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이전의 반 이하로 떨어지고 회복되지 못했다.

신오쿠보의 번화가인 오오쿠보도오리(大り)에 있는 ‘한류백화점’은 지금도 영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지난 4월에 민사재생법을 신청해 실질적으로 경영이 파탄에 이른 상황이다. 한류백화점은 연예인 굿즈, 화장품 등을 다루는 최대규모의 한류샵이고 ‘한류의 중심’이라고 불려왔다.

도쿄상공리서치(東京商工リサー)에 따르면 2012년 가을쯤에서 매출이 급속히 줄어 들였고 경영회사의 부채 총액은 3억엔을 넘었다.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한 직후였고 헤이트스피치가 신오쿠보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을 때였다.

“헤이트스피치를 무서워해서 단골들도 안 오게 됐다” 같은 오오쿠보도오리에서 한국음식점을 약 10년 간 영업을 해 온 김모씨(65,여)는 한탄한다. 닭 요리 맛집으로 유명하고 줄 서야 먹을 수 있었던 가게는 매출이 3분의 1로 감소했다. 옆에 있었던 잡화점은 지난 봄에 문을 닫았다. “우리 가게도 월세 내기가 늦어서 주인이 나가라고 해요. 살아가는 즐거움이 없어졌죠”라고 텅텅 비어 있는 가게를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헤이트스피치의 가두선전에 대해서는 작년 10월에 교토지방재판소가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고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했다. 신오쿠보에서도 상점 주인들이 입은 경제적, 정신적 상처는 크다.

 

한국관련 가게는 최성기에는 300곳 이상 있었다고 한다. 신오쿠보의 부동산업자(60)는 “최근 2년 안에 약30%가 문을 닫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오오쿠보도오리에서 2년전에 평당 10만엔이었던 1층 점포의 월세 시세는 이제 4~6만엔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손님들 연령층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00년대는 ‘겨울연가’ 등 한류드라마나 영화가 폭넓은 세대의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K-POP 중심 음악으로 젊은 팬들이 많다. 이전에는 가게에 와서 1만엔 이상 쓰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지금 손님들의 60~70%는 젊은 사람들이고 쓰는 금액도 많지 않다고 한다.

신오쿠보의 한국인 단체는 길거리 청소를 계속하거나 축제에 참가하거나 지역과의 공생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재벌 자본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마을의 재생에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리도 있다.

한편, 한국음식점의 한국인 경영자는 “한류거품이 지나갔을 뿐이다. 저렴해진 임대 건물을 찾고 있다”고 냉정하게 말하며 “한류붐 전에 많았던 중국 관련 가게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출처 http://www.tokyo-np.co.jp/article/national/news/CK20140918020001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