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펀드 잇단 '흥행 참패'

입력 2014-09-17 16:55
<앵커>

사회초년생이나 근로자들의 재산형성을 목적으로 나온 세제혜택 상품들이 잇따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강력한 세제혜택을 내세우고도 까다로운 가입조건 탓에 자금 유입이 줄어 백여 개가 넘는 상품들이 자투리펀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연금저축펀드와 소득공제 장기펀드, 재형펀드 등 몇 남지 않은 절세형 금융상품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출시 6개월째에 접어든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설정액 천 197억 원에 그쳐 출시 초기 연 4조 원을 예상했던 업계 전망에 크게 못미쳤습니다.

소장펀드 가입액은 출시 초기 2주간 133억원, 4월들어 3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가입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유입된 자금 가운데 80%가 한국밸류와 신영, KB운용이 내놓은 펀드들에 몰렸고, 21개 상품은 자금유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재형펀드는 사정이 더 심각해 출시 1년 반이 지났지만 전체 68개 상품의 설정액이 천 억 원도 채 되지 않고, 그나마 설정액 50억 원 이하의 자투리 펀드가 대부분입니다.

소장펀드는 납입액 한도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재형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두 상품 모두 까다로운 가입조건과 지나치게 긴 가입기간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인터뷰>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5천 만 원 이하 가계들은 저축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정도 소득을 가진 가계들은 사실상 위험성향이 낮다고 봐야하거든요. 여유자금도 없고, 위험성향도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전문가들은 연소득 5천만 원 이하 근로자들이 여유자금이 부족한데다 5년 또는 7년 이상 펀드 투자를 유지할 여력도 부족하다며 가입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공개적으로 "최소 연급여 8천만 원 이하 근로자까지는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올해도 세수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 증세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이같은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절세상품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여기에도 가입자격과 한도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상품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데 주저하는 사이 서민 재산형성은 물론 절세상품을 통한 자본시장 자금유입 효과도 모두 놓칠 위기에 놓였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