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①] ‘내 생애 봄날’ 첫방, 어른을 위한 동화의 탄생

입력 2014-09-11 09:56


‘내 생애 봄날’이 따뜻한 서막을 알렸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은 여자와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이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되는 휴먼 멜로드라마. 우도라는 탁 트인 공간을 배경으로 도심과는 떨어진 한적하고도 풍요로운 풍경 속에서 두 남녀의 반복되는 필연적 만남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모양새를 갖추며 안방극장에 상륙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내 생애 봄날’ 첫 방송에서는 부인을 잃은 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강동하(감우성 분)와 심장이식을 통해 극적으로 삶을 되찾은 이봄이(수영 분)의 우연을 거듭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강렬한 첫 만남은 대형 마트에서, 두 번째는 제주도 앞바다에서 마주쳤다. 이밖에도 강동하에 아이들에게 마음이 동한 이봄이는 그와 또 마주쳤고 버스 안에서, 트럭 안에서 몇 번이고 재회했다.

강동하와 이봄이의 거듭된 만남은 유쾌한 잔재미를 선사했다. 자그마한 섬 안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능청스러운 강동하와 당황하는 이봄이의 조합이 웃음을 자아냈다. ‘내 생애 봄날’ 특유의 맑고 서정적인 느낌까지 더해져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화같은 분위기에 치우치다 보니 이야기가 가진 설득력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끈끈하게 이어질 두 남녀의 필연적인 사랑을 위한 초석이라고 할지라도, 개연성 없이 반복되는 만남은 시청자들을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봄이가 강동하의 아이들을 보며 알 수 없는 연민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 또한 작위적인 설정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

더욱이 ‘내 생애 봄날’은 따뜻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제2의 ‘고맙습니다’(2007)로, 심장을 이식받은 여인이 심장 주인이 사랑했던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에서 제2의 ‘여름향기’(2003)로 불렸기 때문에 앞으로의 설득력 있는 전개와 에피소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 생애 봄날’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끝까지 충실했다. 푸르른 제주도를 배경으로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아픔을 서서히 드러내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선은 근래 드라마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지녔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 딘 ‘내 생애 봄날’이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서 끝까지 본 드라마만의 분위기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