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두근두근' 송혜교 "내가 벌써 엄마? 놀라움 없었죠"

입력 2014-09-05 16:53
배우 송혜교(32)가 엄마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우아한 미모를 갖춘 그녀가 영화 속에 나오는 엄마라니 어찌 놀랍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송혜교가 만들어낸 엄마의 모습은 달랐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재용 감독, 영화사 집 제작) 속 송혜교. 그녀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아들에게는 친구같은 푸근한 존재였다.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당차고 속 깊은 엄마 미라 역을 맡았다. 한 때 아이돌을 꿈꿨던 미라는 17살에 대수(강동원)의 아이를 갖게 되고 아들 아름(조성목)이를 낳았다. 아들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미라이지만 대수에게는 무시무시한 잔소리 아내이기도 하다. 송혜교가 만들어낸 33세의 젊은 엄마는 송혜교였기에 제대로 표현될 수 있었다.

◆ “나이 때문인지 엄마 역할도 들어와”

평소 이재용 감독의 팬이었던 송혜교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이재용과 알고 지낸 세월이 10여 년 가까이 됐지만 이제야 인연이 닿게 됐다. 최근 어두운 캐릭터를 보여줬던 송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발랄하면서도 속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거운 소재였지만 무겁지 않은 캐릭터에 끌렸다. 자칫 밋밋하고 흔한 신파극이 될 수 있는 소재였지만 아름답게 풀어졌다. 그래서 더욱 끌렸다.

“이재용 감독님이 워낙 꼼꼼한 완벽주의자에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걸 다 정리하고 하고 싶어 하셨죠. 현장에서 부딪히고 싶지 않으셨나 봐요. 모든 걸 다 만들어놓고 촬영에 들어갔죠. 그래서 더욱 수월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큰 그림이 있으니까. 배우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잘 이끌어 주셨어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인의 연인인 송혜교에게 엄마라니. 아직은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서 보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송혜교에게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다. “모성애를 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미라는 나와 나이도 같고, 명랑하며 쾌활하다. 아들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엄마였기에 덜 부담스러웠다”며 웃어 보였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엄마 역할이 좀 들어오는 편이에요.(웃음) 그런데 미라처럼 엄마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역할만 엄마, 아이가 있는 설정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들을 위한, 딸을 위한, 혹은 남편을 위한 그런 엄마는 아니더라고요. ‘내가 이제 엄마 역할을 한다고?’라는 느낌은 없어요. 예전부터 ‘언제쯤 한 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었어요.”



◆ “멀티캐스팅 영화, 망가지는 역도 OK”

미라에게는 남편 대수도 있고 아들 아름이도 있다. 그런데 아름이는 열여섯 또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선천성 조로증 때문에 80세의 신체 나이를 갖고 있기 때문. 그러나 미라는 그런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아들이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꺼려 할 때 더욱 당당하게 나선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고, 감정 잡기도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연기에 송혜교도 걱정이 많았다.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싶었죠. 아마 미라가 17세 때 경험했던 것들을 지금 겪어도 무서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미라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 신이 많은데 그만큼 힘들었어요. 어떤 날은 감정의 연결과 연결 자체만으로도 지쳤죠. 모든 것들이 다 끝나는 날 마지막 신 촬영을 했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지쳐 있었고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죠. 허한 마음이 컸어요.”

20대를 연기와 함께 보내온 송혜교. 어느덧 30대 초반, 그리고 중반을 앞두고 있다. 멋모르고 연기하던 시절, 연기 분석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했던 20대를 떠올리며 지금이 훨씬 더 좋다고 말한다. 경험을 통해 내공이 더욱 쌓인 것이다. “비우는 마음도 이젠 알겠다.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줘야 된다는 것도. 뒤늦게나마 알게 돼서 좋다”는 송혜교. 연기자로서도 지금이 훨씬 좋은 모양이다.

“배우로 살면서 좋은 분들과 작업을 많이 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행운이었죠. 지금은 중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주세요. 이제는 자국 배우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해주시고.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멀티캐스팅 영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전 늘 적은 배우들과 작업을 해와서요. 남성 영화 속 힘없는 여성 캐릭터가 아닌 독립적 여성이라면 무조건 OK에요. 망가지는 것도 해보고 싶네요.”(사진=퍼스트룩)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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