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인줄 알았던 배우 신세경(24). 그것은 큰 오해였다. 성숙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신세경. 그러나 그녀는 또래 친구들과 다름없는 20대 중반의 여인이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 몇 가지 이미지가 각인된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 강형철 감독, 유한회사 타짜2문화산업전문회사 제작)은 남다르다. 신세경다운 신세경을 제대로 볼 수 있기에.
신세경은 ‘타짜2’에서 당당하고 화끈한 매력을 지닌 대길(최승현)의 첫사랑 미나 역을 맡았다. 미나는 노름에 빠진 오빠 광철(김인권)을 구하기 위해 동식(곽도원) 일당의 볼모로 잡히고, 답십리 하우스에서 대길과 재회한다. 신세경은 이번 작품에서 갖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털털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섹시하기까지 하다. 왜 이제야 이런 작품을 했냐는 말도 들었다. 제대로 물 만났다.
◆ “멀티캐스팅, 비중 중요하지 않아”
화려한 멀티캐스팅이다. 포스터만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그 속에 신세경이 있다. 남자 배우들이 많은 영화 속에서 신세경의 존재는 빛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멀티캐스팅이기에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신세경은 ‘타짜2’를 꼭 해야만 했다. 후배로서 영광스러웠단다.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보고 배울 점도 많았다며 연신 재미있었단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이 캐릭터를 놓치면 분명히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바로 확 와 닿았죠. 미나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상이에요.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우직한 면이 있어요. 단단함으로 무장한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죠.(웃음) 저에게 비중이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많은 사건이 있으니까 매 신을 제가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가장 중요했어요. 임팩트가 워낙 강해 하나가 무너지면 도드라지거든요.”
화투를 소재로 한 ‘타짜2’. 그래서 화두는 단연 ‘얼마나 리얼하게 화투를 치는 가’였다. 신세경은 영화 속에서 남다른 손놀림과 입놀림을 보여준다. 화투를 만지는 재빠른 손과 입에서 술술 나오는 용어들은 자연스럽게 타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신세경은 화투의 ‘화’자도 몰랐다. 오직 영화를 위해 화투를 배웠다.
“촬영 전에 마술사 선생님께 화투를 배웠어요. 그리고 익숙해져야 되니까 연습 삼아 많이 쳤죠. 선배니들이 워낙 잘 치셔서 실력 향상에 도움이 좀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타짜까지는 아니에요.(웃음) 아직 거기까지 가려면 멀었어요. 요즘은 손을 놔서 아마 잘 안될 것 같아요. 하하. 이번에 화투를 배우면서 알게 됐는데 손으로 하는 걸 좀 잘하는 것 같아요. 대신 몸으로 하는 건 잘 못해요. 몸치예요. 하하.”
◆ “촬영 내내 즐거워, 정신적 고통 없어”
신세경을 직접 만난 배우들이 하나같이 입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새침할 줄 알았는데 털털하다’는 것. 그냥 느껴지는 이미지는 ‘새침’이 분명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라니 이렇게 또 반전이 생긴다. 촬영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단다. 슬쩍 물으면 좋다는 이야기만 하니 더 믿기 어려워질 정도랄까? 캐릭터 자랑에도 끝없이 열을 올리니 그 현장이 더욱 궁금해졌다.
“워낙 배우들이 많잖아요. 후배들이 혹시라도 부담을 가질까봐 그걸 많이 없애주려고 노력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이런 작품을 언제 또 찍어보겠어요. 정말 큰 고민 없이, 정신적인 고통 없이 마음껏 즐기고 기뻐했던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고민을 하면 내적인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때 마다 강형철 감독님이 명확한 답을 줬어요. 미나가 멋져보이도록 신경도 제대로 써주시고. 감사합니다.(웃음)”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든 신세경. 그토록 오래 연기를 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뿐이었다.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20대를 열심히 살아야 30대를 즐길 수 있다고. ‘20대는 즐겨야지’ 했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재밌고 즐겁다는 신세경. 그렇게 신세경은 더욱 더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과 자신감을 갖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제 자신을 신뢰하지만 부족한 점이 보이니까.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시간을 온전히 가질 때보다 일하는 현장에 있을 때 즐거워요. 일복이 제대로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할 때 저에게서 가장 큰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사진=흥미진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