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사극 전쟁이다. 스케일도 방대하다. 100억 대작을 표방하며 순항중인 일요드라마 tvN ‘삼총사’를 비롯해 월화드라마 1위인 MBC ‘야경꾼일지’, 수목드라마 1위인 KBS ‘조선 총잡이’, 여기에 9월 중에 SBS가 1년 만에 야심차게 선보이는 사극인 ‘비밀의 문: 의궤살인사건’까지 가세한다.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디자이너는 앞서 열거한 각 방송사 드라마의 장신구는 물론,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 ‘사도: 8일 간의 기억’, ‘허삼관 매혈기’, ‘암살’, ‘조선명탐정 : 놉의 딸’, ‘간신’, ‘도리화가’,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마마, SBS 모던 파머, 그리고 슈퍼주니어의 마마시타(MAMACITA)를 통해서도 다양한 장신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디자인을 맡아서 진행하는 드라마들은 모두 성적이 좋다. 올 해 들어서 꾸준히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녀의 참여 작품들은 ‘별에서 온 그대’와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너희들은 포위됐다’와 ‘골든 크로스’, ‘조선 총잡이’와 ‘운명처럼 널 사랑해’처럼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경우에도 작품들이 번갈아가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국의 대표 드라마와 영화 속 장신구들은 물론 각종 음악 프로그램들과 패션 화보 속 주얼리들을 디자인하는 것을 비롯하여 오는 10월경 한류 장신구 박물관 오픈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각종 드라마마다 민휘아트주얼리의 크레딧이 눈에 띈다. 동시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들의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특히, 사극 장르는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A. 재밌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비슷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데 각 드라마마다 컨셉이 다르고 착용하는 배우나 의상 디자인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신구도 다르게 디자인하게 된다. 지금 진행하는 작품들의 배경이 거의 조선시대인데 동시대를 그린 드라마라도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한복의 디자인들이 나오고,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나오는지 여러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작업하면서 각 프로그램의 의상 디자이너 분들과 분장 미용 선생님께 많이 배운다. 나는 단기간에 배우는 것들이 많아서 좋은데 각 프로그램 분들이 ‘다른 드라마 더 신경써주시는 것 아니에요?’ 이런 말들을 계속해서 하신다. 각 드라마에서 맡은 바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웃음)
스스로 많은 작품들을 통해 배워 나가고자 하는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사한 인연들이 많아 요청이 오는 작품들에 계속해서 참여하게 된다. 같이 작품하시는 분들께서 여러 가지로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우리 작품들을 정말 예뻐해 주신다. 영화 ‘도리화가’ 분장 선생님께서도 다른 장신구 회사에서 전량 무료로 협찬을 해준다고 했는데 민휘아트주얼리의 장신구들이 정말 고급스럽고 눈에 계속 아른거려 다른 회사의 장신구들은 작품에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Q. 다양한 디자인들을 하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해내는 비결이 궁금하다.
A. 많은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의견들을 들으려고 한다. 솔직히 내가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면이 많아서 디자인도 어떤 틀에 갇히게 나올까봐 늘 걱정이 앞선다. 그런 걱정들이 있어서 의식적으로 고정관념을 더 깨뜨리려고 하고 다른 관점에서의 의견도 더 들으려고 하게 된다. 계속해서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난 길도 한 번 갔던 길보다 모르는 길로 걸어가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한국은 뒷길로 돌아가도 다 통해있는데 뉴욕은 그렇지가 않아 가끔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수업에 지각한 적도 있었다.(웃음)
기본적으로 내가 원래 꿈이 크고 파이팅이 넘친다.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무모한 자신감이 있다. 그런 점은 어머니를 닮은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꿈을 꾸지 않는 분이셨다면 뒤늦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처음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하셨을 때 실린 서울대 동창회보의 인터뷰를 얼마 전에 다시 읽어봤는데 너무 놀랐다. 그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바람들을 거의 다 이루어 내셨다.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나의 입시 준비나 아버지 내조에 한 번도 소홀하신 적도 없으셨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머니께서는 그저 재밌게 공부하고 일하셨던 것 같은데 그 인터뷰 기사를 보고 다시 한 번 어머니께서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나도 생각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들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A. ‘감격시대’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됐던 것 같다. 감격시대를 통해 남자들이 착용하는 장신구들도 많이 개발했고, 기모노 장신구, 치파오 장신구, 한복 장신구, 파티복 장신구, 상하이 클럽 쇼단 장신구, 무대용 장신구, 시대극 의상에 맞는 장신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장신구들을 디자인 했다. 기본적인 반지, 팔찌, 머리핀, 머리띠, 브로치, 목걸이 외에도 넥타이 핀이나 모자, 허리 장식, 머리 장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장신구들도 다뤄봤는데 새롭게 시도했던 것들이 다 발판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일들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모노 장신구도 지금 작업하고 있는 영화 세편에서 꾸준히 디자인하고 있고, 중국 전통 사극을 다루는 팀에서도 치파오 장신구 디자인 의뢰가 들어와 개발 중이다. 각국의 전통 장신구들 모두 그마다 매력적인 특색이 다 달라서 공부해볼수록 점점 더 재밌다. 나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한국 장신구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각 나라의 사람들이 어떤 장신구를 착용하고 좋아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국의 장신구들을 시도해보는 기회가 생기면 그런 기회들을 통해 열심히 공부해보려고 한다.
Q. 디자인할 때 특별하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A. 의상이나 장신구는 착용하는 사람을, 혹은 착용자가 의도하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주는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착용하는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소통과 다양한 시도를 해야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소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사람의 캐릭터와 신체적인 특징을 고려하고 착용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반영하여 디자인하려고 한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착용되는 장신구의 경우에는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과 톤, 의상 및 헤어 스타일 등의 많은 요소들도 염두에 둔다. 그리고 디자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담고자 한다. 많은 작품에 함께 한 분들은 내가 디자인마다 의미를 담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새 디자인이 나오면 ‘이 디자인에는 어떤 의미를 담겨 있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하신다.
Q. 현재 ‘조선총잡이’와 ‘야경꾼일지’를 통하여 두 일지매(SBS ‘일지매’ 이준기, MBC ‘돌아온 일지매’ 정일우)와 일하고 있는데 각각 어떤 것을 중점으로 디자인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조선총잡이’의 박윤강(이준기 분)은 윤강이 소지하는 총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반지, 윤강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식들로 넥타이핀을 디자인했고 장식물로 회중시계 줄에도 포인트를 줬다. 이준기씨께서 장신구가 의상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장신구들을 착용해주셔서 포스터에 예쁘게 표현됐다. 사실 원래 포스터 시안에는 장신구가 없어 장신구 없이 갈 수도 있었는데 이준기씨 덕분에 장신구가 예쁘게 잘 나올 수 있었다. 반지 디자인을 리볼버에서 영감 받아서 디자인했다고 말씀드렸는데 포즈를 잘 취해주셔서 반지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정말 감사하다.
‘야경꾼일지’의 이린(정일우 분)은 옥로, 갓끈, 노리개, 허리띠, 팔찌, 반지, 부채 등 여러 가지 장신구 디테일이 들어간다. 피팅 때, 너무 장신구가 많은가라는 생각에 조금 주춤했는데 정일우 씨께서 ‘나는 이린이 더 화려해도 될 것 같아.’라는 말로 힘을 보태주셔서 신나게 이런 저런 장신구 개발을 하고 있다. 갓 위에 옥로를 보시고도 갓 위에도 예쁜 장식이 있다며 좋아하셨다.이린은 내가 여태까지 했던 사극 속 남자 캐릭터 중에서 가장 화려한 캐릭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련(서예지 분)이나 무석(정윤호 분) 용으로 보낸 장신구들까지 이린 것으로 쓰이고 있다.(웃음) 특히 노리개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군도’ 의상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이런 디자인이 있는 줄 미리 알았으면 동원이한테 해줬을텐데’라고 하셨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 속에서 의상이나 강동원씨가 정말 멋있게 나와서 너무 아쉬웠다.(웃음)
Q. 그런가 하면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의 김현중과 ‘야경꾼일지’의 유노윤호와 연달아 작업하는 것도 흥미로워 보인다. 김현중과 유노윤호는 최고의 라이벌 아이돌 그룹인 SS501와 동방신기의 리더들인데 두 분과 작업하는 과정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A. 유노윤호씨는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 몇 개를 찾아보고는 조금 센 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뵈니 매우 밝고 유쾌하셨다. 반지 사이즈를 재는데 약혼반지 사이즈 재는 것 같다며 떨린다고 하시고, 상의 탈의를 하시는데 운동을 안했다며 쑥스러워하시고(웃음) 그동안 그런 일들을 수없이 하셨을 것 아닌가. 굉장히 순수한 분이라고 느꼈다. 칼을 쓸 때 어느 손에 껴야 반지가 잘 보이지 하시다가도 칼 쓰다가 반지가 날아가면 안된다면서 무대에서도 춤을 출 때 반지가 날아간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하셨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링 게이지를 몇 번씩이나 껴보면서 0.5 사이즈 차이까지 꼼꼼히 체크해주셨다. 예전에 ‘맨땅에 헤딩’ 장신구도 디자인했었는데, 제작사 분들께서 윤호씨가 참 좋은 분이라고 칭찬하셨던 기억이 난다.
‘감격시대’는 아역 촬영 분량이나 해외 촬영 분량도 많았고 편성이 계속 밀리면서 유난히 준비 기간이 긴 드라마였다.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김현중씨께 감사한 것들이 많았다. 감격시대 쇼케이스나 제작발표회 자리에서도 디자인한 장신구가 잘 돋보이도록 많이 도와주셨고, 드라마 속에 김현중씨께서 장신구를 사서 선물해주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때도 세심하게 신경써주셨다. 잠도 못자고 촬영하는 날들이 많아 다들 힘들어했었는데 김현중씨께서 여러 가지로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감격시대의 많은 관계자 분들께서도 다 김현중씨의 팬이 됐었다.
개인적으로 감격시대는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이때까지 참여한 드라마 중에 가장 소중한 작품을 꼽는다면, 장옥정과 감격시대를 꼽을 정도다. 두 드라마만큼 촬영장에 많이 갔던 드라마도 없었던 것 같다.(웃음) 그만큼 두 드라마에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요즘 케이블에서 감격시대 재방송을 하는데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마음이 설렌다. 매 회마다 김현중씨 얼굴과 민휘아트주얼리 자막으로 엔딩이 되는데 그 장면들은 아무리 봐도 좋다.(웃음) 그만큼 열심히 한 공로를 인정해 준 기분이 들어 감격시대 관계자분들께 늘 감사드린다. 감격시대에 관련해서 나쁜 얘기가 많아 새 작품 미팅 때마다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 때마다 속상하다. 정작 감격시대에 참여했던 분들은 감격시대만큼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작품도 없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Q. SBS ‘비밀의 문’과 영화 ‘사도’도 같은 소재지만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다뤄지는 것도 흥미롭다.
A. 두 작품 다 개봉 전이라 자세한 얘기는 하기가 어렵지만, 생각지 못하게 깜짝 놀랄만한 그런 부분들이 있다. 같은 소재의 두 작품을 같은 시기에 작업하게 되어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하나만 하려고 했었지만 선택하기 너무 어려워서 결국에는 다 참여하게 되었다.(웃음) 각 작품의 관계자 분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있다. 유아인씨는 ‘장옥정’때 정말 감사했던 부분들이 많아 꼭 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었고 한석규씨와는 영화 ‘상의원’과 드라마 ‘비밀의 문’을 연달아 같이 작업하게 돼서 더 특별하게 생각된다. 평소에 복장을 편하게 하고 다니시는 것 같아 장신구나 의상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상과 장신구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다. ‘상의원’ 촬영 때부터 ‘비밀의 문’에서 착용하실 장신구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착용할 것이므로 어떤 식이면 좋을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셔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이)제훈 오빠는 데뷔 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어렸을 때 막연히 언젠가는 한 작품에서 디자이너와 연기자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들을 했었는데 막상 진짜로 함께 작품을 하게 되니 너무 신기하고 좋다.(웃음)
Q.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드라마가 있다면?
A. 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tvN ‘삼총사’와 곧 방영을 앞둔 SBS ‘모던파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삼총사 관계자분들께서 민휘아트주얼리에 많이 신경써주셔서 나도 그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삼총사’의 소현세자역인 이진욱씨께서 바로 윗집에 사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뵐 때마다 ‘상투관 빨리 만들어야 되는데’라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웃음) 이진욱씨 얼굴형과 의상을 고려해서 디자인한 상투관이 씬이 바뀌면서 다른 배우 분께 먼저 쓰이게 됐다고 해서 조금 속상했지만 더 예쁘게 디자인해서 선보이려고 한다.
모던파머는 처음에 스토리 텔링 작품들을 위주로 의뢰 받았던 작품인데, 연기자 개개인으로도 스타일리스트분과 연결이 되면서 참여 폭이 커지게 됐다. 극 중에서 중요한 장신구가 나오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장신구라서 고민이 많았다. 제작하고도 다시 수정을 봐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너무 쿨하게 한번에 OK해주셨다. 코미디라는 장르답게 준비하는 과정도 내내 유쾌하고 구성원 분들도 좋으셔서 현장에 갈 때마다 재밌는 일들이 생긴다. 극 중에서 FT아일랜드의 이홍기씨, 박민우씨, 이시언씨, 곽동연씨로 구성된 밴드 멤버들의 장신구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가수들의 장신구들은 연기자들의 장신구들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이번에 슈퍼주니어의 7집 앨범 ‘MAMACITA(AYAYA)’의 뮤직비디오와 티저, 앨범 자켓 속의 피어싱, 귀걸이, 반지, 팔찌, 목걸이 등 모든 장신구들을 맡아서 디자인했는데 각기 다른 컨셉을 가진 열명의 멤버들의 장신구들을 한꺼번에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재밌었다.
‘장옥정’과 ‘감격시대’에 함께 했던 (곽)동연이가 ‘모던파머’ 밴드의 멤버로 출연하는데 처음 장신구들을 착용함에도 불구하고 장신구들을 돋보이게 하는 센스가 매우 뛰어나서 결과물들이 굉장히 만족스럽다.(웃음) 뭐든지 열심히 하는 예쁜 동생이라 함께했던 작품마다 크게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을 봤다. 일이 이런 식으로 계속 같이 겹치게 되면 나도 특별한 마음이 들어 하나라도 더 신경 쓰게 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도 동연이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슈퍼주니어의 장신구들까지 디자인한 줄을 몰랐다. 드라마의 시작은 배우 김태희와 하고 가수 쪽은 슈퍼주니어와 시작한 것을 보니 두 분야 다 첫 스타트가 좋았다.
A.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 선배님의 얘기를 먼저 물어본다.(웃음) 그래서 김태희 선배님께서 장옥정 역할을 하신다고 들었을 때 꼭 하고 싶었고, 선배님과 함께 해서 정말 기뻤다. 슈퍼주니어는 그 전에도 같이 작업했던 적이 몇 번 있기는 한데, 이번처럼 아예 초반부터 전체적으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전적으로 함께 하다보면 나도 더 신경이 쓰이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새 슈퍼주니어 노래들만 듣는다.(웃음) 멤버별로 정해진 캐릭터가 있어서 그것에 맞춰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가수분들의 장신구 디자인은 연기자분들의 장신구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는데 둘 다 재밌다.
무대를 생각하며 가수의 이미지를 장신구에 담아 디자인한 것은 대학생 때 처음 시도해봤었다. 2011년에 비(정지훈 분)씨께서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학생 대표로 선발돼서 비씨의 이미지를 담은 팬던트를 디자인했었다. 많은 학생들과 비씨 앞에서 팬던트에 담긴 디자인의 의미를 설명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디자인에 대하여 발표하는 것이 너무 떨렸다. 비씨께서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신다며 월드투어 오프닝때 꼭 착용하시겠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팬던트를 콘서트 때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Q. 학생 때부터 일을 많이 해왔나 보다.
A. 어머니께서 많은 일을 하시니까 도와드리긴 했지만 학생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전적으로 일에 매달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바쁜 대학생일 것이라고 했었다.(웃음) 하지만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 때는 여유가 많았었다. 이제부터는 일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올해 12월에 미국에 사는 사촌이 결혼을 하는데 이모께서 식구들끼리 다 같이 지낼 수 있도록 일주일동안 마이애미의 작은 섬을 빌려서 호텔부터 크루즈 여행까지 다 예약해놨는데 결국 못가게 됐다. 이 이벤트가 거의 일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인데 내가 일을 계획 없이 많이 맡아서 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을 하게 됐다. 우리 가족들은 대가족이라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도 많이 속상하다. 일하는 것이 재밌고 좋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일보다도 가족들을 더 잘 챙기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
A. 어렸을 때부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디자인의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전통 디자인 중에는 정말 훌륭한 디자인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이 사랑받는 일들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재학 시절 학교는 이런 나의 꿈을 지지해줬다. 학교에 개설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때 만난 외국 친구들이 그 때에 내가 고민했던 사항들을 기억하고 다방면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스탠포드에서 같이 생활했던 스테파니라는 친구가 유투브에 취직하게 되면서 연수차 한국에 왔는데 그 친구와 함께 한국의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상들을 유투브로 전파해보기로 했다. 한국의 전통 문화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이 너무 아쉽다. 전통 매듭을 하는 분이나 부채를 만드시는 분 등 전통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장인 분들을 만나서 말씀도 듣고 배우며 콜라보레이션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사극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실상은 어려워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후계자들이 없어서 안타깝다.
Q. 장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실질적으로 장인들에 도움이 되는 사례가 있었는지?
A. 솔직히 장인 분들은 기술력은 뛰어나시지만 디자인적인 면에 있어서는 정체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 전통의 틀 안에서만 고증의 형태로만 제작하면 재현 내지는 답습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것만 주장하면 고립되기 쉽듯이 디자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의견에 공감을 하시고 변화를 시도하는 장인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 분들께 내가 디자인 쪽으로 도움을 드리고 있다. 처음 시도했던 것은 ‘장옥정’을 통해서였다. ‘장옥정’을 통해 자개를 다양하게 변형한 디자인의 장신구를 많이 선보였는데 자개를 판매하시는 분들께서 사람들이 ‘장옥정’의 장신구가 캡처된 사진을 들고 와서 자개 재료들을 많이 찾는다며 고마워 하셨다. 십여년 전에 제작해놓은 물량까지 다 팔렸다고 하시는데 정말 뿌듯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자개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몇 년 전만해도 황학동의 자개 골목이라고 해서 자개 공방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5개 밖에 남아있지 않다. 중국의 대량생산체제에 밀려 한국의 자개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황학동의 자개 공방들로부터 재료를 주문해 장신구를 디자인했던 것인데 자개 재료 자체에 대한 수요까지 증가한 것을 보고는 다른 영역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야경꾼일지’를 통해서는 특별하게 디자인한 부채와 옥로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전통 부채와 옥로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하면 좋겠다. 같이 협업하는 장인 분들께서 어린 나이에 전통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고맙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나를 귀찮아하지 않아하시고 딸처럼 예뻐해 주신다. 하지만 한국 전통 문화 관련 산업들이 많이 어렵기 때문에 내가 하는 것들로만은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분들께서 한국 전통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Q. 그런 맥락에서 최근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되었던 ‘별그대’ 수정죽절비녀 논란은 참 아쉬운 일이었다. 박물관 측은 비녀를 전시한 이후에 월 관람객이 삼천명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비녀를 전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A. 드라마 속의 디자인이라고 오히려 그 가치가 폄하되지 않았나 싶어 안타깝다. 공들여 디자인했고, 사료를 기반으로 최상급의 재료들로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박물관 측에서도 충분한 검토 후에 비녀를 전시하기로 결정하셨던 사항이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았다. 민휘아트주얼리는 국립중앙박물관과도 문화 상품 개발을 했고 서울시립미술관에 장신구 최초로 미술품 전시를 했다. 인천국제공항 한국전통문화센터와 런던 한국 문화원에서도 작품을 전시 중이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패션쇼와 전시도 진행했다. 이 외에도 고양시 신한류 박물관에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장신구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 달 안에 두 군데의 박물관에 추가적으로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 있다. 가끔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해외 패션쇼나 전시 등을 통해 외국 분들께서 우리 작품들을 좋아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면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Q. 요즘 선보이는 디자인 중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A.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어떤 디자인에 어느 정도 가미해야 현대의 실생활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분들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이번 마마시타 앨범 자켓 사진 촬영 때에도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가 가미된 장신구들이 많이 비춰지도록 하였다. 멤버별로 컨셉이 정해져 있어서 그 컨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디테일에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되도록 시도해보았는데 만족스럽다. 특히 은혁씨의 사진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은혁씨께서 착용하신 목걸이는 고구려의 문고리를 변형한 디자인으로 벤처디자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고구려의 문고리가 그렇게 스타일리쉬하게 비춰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웃음) 은혁씨께서 잘 소화해주셨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수학처럼 정확한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이번 슈퍼주니어 프로젝트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