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륙 정조준' 중인 온라인 쇼핑몰? 헛소리가 아닌 이유

입력 2014-09-04 10:26
-81년생 젊은피 국제파 CEO 양승현-마형진, "양분된 패션계 '징검다리' 될게요"

-온라인 쇼핑몰, 이제 아시아 노려야… "볼륨감 자체가 달라질 것"

유통기업 오너의 아들로, 패션회사 임원들이 다수 포진한 집안에 태어난 청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대부분 친족 기업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가업을 물려받는 것을 상상한다. 2세 경영인이 되는 길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중국 최고의 명문 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중국통 인재' 청년이라면 또 어떨까?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에서 중국 전문가로 자리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패션계의 징검다리'라는 흔치 않은 목표를 갖고 손을 잡은 '젊은피' CEO 양승현(사진 왼쪽)과 마형진(사진 오른쪽)의 이야기이다. 이들을 만나 굳이 이렇게 '일을 벌린' 이유를 들어 봤다.



★3세대의 '반란', 이유는 있다

두 사람은 스스로 '온라인 쇼핑의 제3세대'를 표방하고 있는 '믹스투'를 이끌고 있다. 왜 제3세대라고 자부할까.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온라인 쇼핑몰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태생부터 중국 대륙을 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믹스투'입니다"라는 것이 양 대표의 말이다.

"홍콩 금융권 및 중국 대형 유통기업들과 갖고 있는 친밀한 관계를 적극 이용 중입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는 이미 진출했고, '티엔마오'라는 타오바오의 업그레이드된 전자상거래 시장 오픈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통'인 마 대표가 거든다.

두 사람은 이미 국내 쇼핑몰 시장이 '2세대'에서 포화상태를 맞이했다고 보고 있다. 마 대표는 "국내 쇼핑몰로만 이윤 창출을 하기는 어려워요. 이제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온라인 쇼핑몰로 크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는 힘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살아남을 궁리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양승현 대표는 패션유통기업 ㈜김포공항아울렛 양호석 회장의 아들이다. 아버지뿐 아니라 매형, 사촌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패션업계의 임원진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 SFSU(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강대 MBA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정통 패션 유통업계 출신으로서 가지고 있는 인맥과 젊은 온라인의 감각을 결합시키면 지금까지 누구나 차릴 수 있는 만만한 분야로 생각됐던 온라인 쇼핑몰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을 패션업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트렌드를 지켜 보니 장점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온라인에선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요. 이름있는 브랜드들은 알게 모르게 얽매이는 틀이 많아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어도 기존에 해 오던 습관을 버리기가 힘들죠."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만난 것이 중국 베이징 이상이슈 국제패션회사 디렉터를 거쳐 쇼핑몰 '스타일믹스' 대표로 일한 바 있는 마형진 대표다. 마 대표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청소년기부터 노리다 직접 중국에 유학,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청화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중국통'이었다. 또 온라인 쇼핑몰 운영 경험까지 가진 최적의 동반자였다. 게다가 1981년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대륙을 겨냥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새로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마 대표는 중국에서 학업 이후 패션 회사 이상이슈의 디렉터로 근무하며 스타일링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바 있다. "대학생활과 직장 경험을 통해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과 필요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무기라면 무기지요." 마 대표가 말한다.

★서로 부러워하는 온라인-기존 패션 유통업계, "그럴 필요 있나요?"

양 대표와 마 대표가 꿈꾸는 것은 온라인과 기존 패션 유통업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다. 그것이 제 3세대 쇼핑몰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 아울렛, 기타 오프라인 몰로 대표되는 기존 패션 유통업계는 서로 반목하고 부러워하는 사이였어요. 그러나 그럴 필요가 뭐가 있나요? 기존 패션 유통업계에서도 온라인 몰을 하고 싶지만 온라인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없어요. 반면 온라인 쇼핑몰들은 아직 이미지나 이름값 면에서 오프라인의 브랜드 가치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는 저희 사업도 하지만, 이 같은 반목을 없애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쇼핑몰을 꿈꾼다는 양 대표의 말이다.

마 대표 또한 "차후에는 이러한 징검다리로서 대형 여성 브랜드들과 '믹스투'의 콜라보레이션 업무를 해 보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을 넘어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차근차근 해나가면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믹스투'는 패션 유통업계와의 긴밀한 인맥을 바탕으로 이 같은 징검다리로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고 있다. 김포공항 아울렛을 비롯해 인천 3호점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했으며, 최근 제주 JDS면세점에도 오픈했다.

"오프라인 패션 유통만 붙잡고 있어서는 발전이 없어요. 기존 패션 브랜드들도 장기적으로는 온라인을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로를 모색해야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패션 기업들이 온라인 몰을 운영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젊은 피' 그들이 꿈꾸는 미래

양 대표와 마 대표는 향후 '3세대 온라인 쇼핑몰'들은 지금과는 '볼륨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마 대표는 "국내 1위 쇼핑몰이라는 걸로는 명함을 못 내밀어요. 아시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쇼핑몰들이 결국 마지막에 남을 거예요"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잘 나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물건을 '떼어다 파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향후 제3세대를 대표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더욱 발전하면 모든 아이템의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하고, 브랜드 가치 면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거예요. 온라인 쇼핑몰 옷은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한 글로벌한 브랜드가 되겠죠."

글로벌 SPA 브랜드가 된 H&M과 같은 회사가 온라인 쇼핑몰 중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저희가 만든 '믹스투'는 당연히 이러한 4세대 쇼핑몰의 선두 주자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체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완벽한 브랜드화를 해야죠. 그리고 현재의 '믹스투'라고 할 수 있는 '믹스 레이디'' '믹스 맨', '믹스 베이비'까지 다양한 라인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촌 도서관 모범생' 이미지인 양 대표와 '압구정 댄디 스타일'의 마 대표는 다른 비주얼로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차별화된 전문성으로 무장한 21세기형 국제파 CEO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