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지현우(29). 직접 만난 그는 예상을 빗나간다. 디지털 기기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책에서 위로를 찾는다. 약 2년의 군대 생활은 그를 바꿔놓았다. 과거의 자신을 ‘네모났다’고 표현한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여유로워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지현우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장준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극중 장준현은 최고의 스타 가수이자 최고의 작곡가였지만, 인성은 부족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트로트를 매력적으로 부르는 최춘희(정은지)를 만나 변했다.
◆ '트로트의연인' 복귀작, 절실했고 더 잘하고 싶었다
지현우는 군 제대 후 ‘트로트의 연인’을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촬영은 힘들지 않았다. 오랜만의 복귀였지만 과거 호흡을 맞춘 촬영 팀이 있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함이 컸다. 지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꼈다. 휴식보다 드라마 복귀를 택한 이유는 타이밍을 놓치면 오래 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촬영장에 뛰어 들었다.
“장준현의 매력은 우선은 계산이 없다는 점이죠. 바보 같더라도 그 때 그 때 순간에 몰입해서 자기감정에 솔직했던 친구 같아요.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선 볼 수 없는 장준현만의 매력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캐릭터가 MBC ‘일밤-진짜사나이’의 헨리 같은 면이 있어요. 그 친구 귀엽지 않나요.(웃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솔직한 면들이 닮은 것 같아요. 언뜻 장준현을 봤을 때 그 친구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그는 뻔한 연기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초반 코미디를 세게 잡아 사람들이 봤을 때 오버스럽지 않나 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지현우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과거 출연했던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때보다 더 오버하고 싶었다고. 후반에 갈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게 가서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갔으면 했단다. 그만큼 스스로 고민도 많이 했고, 복귀작이었기에 아쉬움도 남는다.
“복귀작이고 올인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애착이 컸죠. 절실함도 많았고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간적인 여유나 스토리상 전개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있고요.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대로 조금 더 밝게, 보시는 분들이 미소 지을 수 있는 드라마로 갔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밝게 가려고 했는데 후반부에 너무 무겁게 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정은지랑 언덕에서 노래했던 것처럼 그런 신들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지현우와 정은지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요. 저희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니까. 그런 신들이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 모두가 추천한 정은지, 무반주 노래 실력에 깜짝
지현우는 산에 묻힌 신, 정은지와 언덕에서 노래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단다. 특히 8회에서 최춘희(정은지)가 떠날 때 캐리어를 끌고 가는 장면은 이런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감독에게 제안한 장면이라 기분 좋았다고. 편안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만난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드라마 OST로 지현우의 자작곡이 쓰이기도 했다. 그룹 넥스트 멤버이자 친형인 지현수에게 편곡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저는 글에 입히는 스타일이에요. 글이 있어야 해요. 안 나와서 계속 고민했죠. 편곡은 형이 해줬어요. 형제지간이니까. ‘다음날 방송인데, 편곡 좀 해줘’라고 했죠. 그런 건 좋더라고요.(웃음) 제 솔로 앨범 ‘크레센도’에 있는 노래들도 직접 작사했지만, 드라마 작사는 처음이었어요. 드라마 작사를 또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이번엔 역할이 뮤지션이었고 음악의 신이라고 하니까 더 하려고 했던 것도 있어요.(웃음)”
스태프들도 정은지의 노래에 푹 빠졌다. 무반주로 불러서 사람을 빠지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현우도 정은지의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랐다고. 특히 정은지가 노래 선곡도 거의 다 했단다. 지현우는 ‘이 친구 아니었으면 누가 최춘희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단다. 실제 모두들 드라마 시작 전 정은지를 추천했다. 라이브를 해야 했기 때문에 무조건 노래를 잘 해야 했다. 감독도 지현우도 신성록도 모두 정은지를 떠올렸다.
“감독님과 저의 생각은 최춘희 캐릭터가 누가 봐도 건강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 사람을 봤을 때 연약하게 보이는 것 보다 힘이 나야 된다고 생각했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랬지만, 신성록 형도 정은지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은지가 실제로 어린데도 배울게 많아요. 힘든 스케줄이었어요. 에이핑크 활동도 하고 광고촬영도 하고 거의 쓰러질 것 같았죠. 그런데 항상 웃고 있더라고요. 안 힘드냐고 물어보면 다 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인상 써서 뭐해. 그러는데 어린데 대견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은지가 연기하면서 르네 젤위거 같은 느낌의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사진=와이트리미디어)
-②편에서 계속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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