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이 재해석된다.
눈 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의 몸을 던지는 딸의 희생을 다룬 고전 소설 ‘심청전’은 한국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 본 익숙한 작품일 것이다. 그야말로 효의 미덕을 칭송하는 대표적 텍스트인 ‘심청전’이 ‘마담 뺑덕’으로 변화하며, 욕망의 텍스트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효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만 흐릿하게 그려졌던 심학규와 뺑덕 어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불러 내 사랑과 욕망, 집착이라는 적나라한 인간의 감정을 덧입혀 생생하게 구현한 것이 ‘마담 뺑덕’인 것. 그렇다면 과감한 비틀기로 ‘심청전’을 재해석한 ‘마담 뺑덕’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마담 뺑덕’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임필성 감독은 ‘심청전’을 처음 접했을 때 감동 보다는 무서움이 앞섰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심청전’은 효심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인데, 심청이가 효심을 발휘하기 위해 바다에 빠지는 것과 뺑덕 어미와의 관계에 대한 무서움이 있었고 심학규가 그토록 사랑 받을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들을 각색하면서 참고 했고 뺑덕이라는 존재가 원작에는 일방적인 악녀로 그려져 있는데 내가 궁금한 것은 심봉사가 왜 눈이 멀었을까, 왜 뺑덕 어멈은 악녀가 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심청이와의 관계까지 엮어 19금 성인동화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도전하게 됐다”고 ‘마담 뺑덕’의 탄생과정을 밝혔다.
임 감독의 말처럼 ‘마담 뺑덕’은 심청이를 뒤로 과감하게 뺀 뒤 상상력에 근거한 원작 소설의 철저한 비하인드를 다룬다. 딸을 잃고 홀로 된 심봉사에게 접근, 철저하게 그를 이용하고 버리는 나쁜 계모와 악처의 전형으로 그려졌던 ‘뺑덕 어멈’을 타이틀롤로 한 것 또한 그 이유다. 뺑덕 어멈을 모티프로 한 극중 덕이가 욕망에 눈이 멀어가는 학규에게 상처 받고 완전히 다른 악녀로 변해가는 모습이 ‘마담 뺑덕’의 주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담 뺑덕이라는 타이틀롤은 모델출신 신예 배우 이솜이 맡았다. 한 처녀의 순수성을 그리기 위해 과감하게 신인을 기용했으며 이솜은 특유의 개성 있는 마스크와 독보적인 분위기로 덕이를 그려낼 예정이다.
이솜을 뒷받침 해줄 학규 역은 연기 경력 20년의 베테랑 배우 정우성이 맡았다. 드라마틱한 감정선과 노출 신을 소화해야 하는 신예 이솜이 가질 부담감도 상당하겠으나, 데뷔 이래 파격 연기를 보인 적 없던 것은 정우성도 마찬가지다. 정우성이 과연 과감한 도전에 부담감을 떨치고 치명적이고도 유혹적인 연기로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영화 ‘마담 뺑덕’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 ‘심청전’의 설정을 파격적으로 뒤집은 영화로 두 남녀의 지독한 사랑을 그려낸 치정 멜로. ‘인류멸망보고서’, ‘헨젤과 그레텔’, ‘남극일기’ 등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정우성, 이솜, 박소영, 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