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통신사업자의 안일한 책임의식

입력 2014-09-01 23:44
<앵커>

우리 국민 절대 다수는 이동통신사에 중요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고객이어서 이통사들은 공공성이 짙은 기업입니다.

그런데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통신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이들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박상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2년 KT는 전산시스템 해킹으로 870만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KT의 책임을 물어 정보유출 피해자 2만 8천여 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원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

" KT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여 보관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하고 정보가 유출된 고객당 위자료 10만원의 지급을 명한 판결이다"

KT는 29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게 돼자 즉시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법에서 정한 보안사항을 모두 지켰기 때문에 개인정보유출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KT의 이런 주장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보라미 변호사

"현재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금지되어 있지만 통신사는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 통신사에게 그런 권한을 줬을때는 적어도 통신사는 안전한 보호장치를 하거나 보안장치를 할거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2012년, 2014년 똑같은 사건으로 털렸습니다"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역시 최근 소송을 당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약 6시간 동안 통신서비스가 마비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SK텔레콤은 통신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고객 1인당 적게는 1천 원에서 많게는 약 5천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일부 법인 사업자들은 보상이 적다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대리기사를 비롯한 시민 23명은 SK텔레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터뷰> 조형수 변호사

"SK텔레콤이 지난 통신장애 발생 당시 영업을 못한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에 대해 성실하게 재산상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데 사실상 푼돈이나 다름 없는 돈을 배상하고 정당한 배상을 외면해서 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이미 배상은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법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는 별도의 보상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탠딩>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고객에게 배상은 못하겠다는 KT. 통신서비스 마비에 대한 책임을 몇 천원으로 대신하는 SK텔레콤.

우리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사용하는 통신사의 모습입니다. 한국경제TV 박상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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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K텔레콤과 KT. 국내 통신업계를 이끄는 두 회사가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자세한 내용, 산업팀의 박상률 기자와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박상률 기자, 먼저 KT이야기부터 해보죠. 얼마전에도 개인정보유출로 문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판결이 난 사건은 그때와 다른건가요?

<기자>

네, 일단 법원이 KT에 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건 2012년 때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겁니다.

2012년 당시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870만 명의 고객정보가 해킹을 통해 유출됐는데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이 일부 마케팅에 활용된거죠.

당시 5개월간이나 해킹이 지속됐지만 KT는 이런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2014년 사건 역시 비슷합니다.

해커가 약 7개월 동안 900만 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털었고 KT는 이번에도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이번에 법원이 책임을 물은 것이고 올해 발생한 사건은 지금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앵커>

결국 KT는 2년 동안 비슷한 사건이 2번이나 발생한 거네요.



지금 상황을 보니까 KT측에서는 보안조치를 다했기 때문에 전혀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항소를 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질 않네요.

<기자>

자. 만약에 지금 국 앵커의 주민등록번호를 믿고 맏겼는데 누군가 실수로 사람들에게 노출시켰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분이 어떠실 것 같습니까?

<앵커>

본능적으로 친구한테도 주민등록번호는 알려주지 않죠. 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번호인데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죠.

<기자>

당연하죠. 주민등록번호만 해도 그 정도인데 계좌번호에 카드번호까지 모두 다 털리면 기분이 어떨까요?

그런데도 KT는 적법한 보안조치를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KT라는 기업이 가진 책임에 대해 일단 인터뷰를 보고 이야기 하시죠.

<인터뷰>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소규모 게임회사랑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개인정보 유출하는 것. 그리고 이런 대규모 통신회사(KT)의 주의의무의 정도 다를수밖에 없다. / KT의 항소하겠다는 태도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 불과 20~30억 정도의 판결을 가지고 항소를 하겠다는 것은 대국민 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다"

인터뷰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KT가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지급해야 할 배상금액이 28억 원 정도에요. KT로서는 사실 큰 금액이 아니죠.

물론 이번 판결을 인정할 경우에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고객들의 줄소송을 염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를 할만큼 했다'는 이런 말을 한다는 건 고객들을 기만하는 행동입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앵커>

개인정보 유출을 아주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데 법원은 1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어요.



이 부분도 조금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외국의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10만 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사안에 비추어 봤을 때 아직은 우리나라가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보라미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보라미 변호사

"문제는 (10만원이라는) 금액자체가 배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 적지않나..2007년 당시 정보유출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10만원 배상판결이 나왔는데..2014년 지금까지도 10만원,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2007년 사례를 잠깐 소개해드리면, 당시 '리니지'라는 유명한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가 사용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암호화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사실 정보유출이 된 것도 아니고 그런 위험이 있었다는 이유로 법원이 1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었습니다. 그게 벌써 7년 전 인데 아직도 10만원이 계속되고 있네요.

외국사례는 제가 찾아보니까 우리와 비교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는 주민등록번호가 아주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외국은 이게 없습니다.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앵커>



자, 마지막으로 SK텔레콤 이야기를 좀 해보죠.



저도 그때 통신장애 때 상당히 애를 먹은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고객 1인당 몇천원씩 보상을 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법인에 대한 보상이 따로 없었나보네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하성민 사장은 상당히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사고 발생 다음날 직접 나와서 사과도 하고 신속한 보상도 약속했었죠. 문제가 된 건 생산수단을 핸드폰으로 유지하는 대리기사나 퀵서비스 기사 같은 분들인데요.

SK텔레콤은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따로 마련하겠다고 공언했고, 법인사업자들과 계속 협상을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추가보상안은 점점 잊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이분들을 만나보니까 이분들은 10만원 정도, 그러니까 장애발생 시간대에 벌지 못한 돈, 그만큼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SK텔레콤이 보상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팀의 박상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