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막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근래에 이토록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가 있었나. 재기발랄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며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해외 리메이크 드라마로는 쉽지 않은 호평 세례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청률 적인 측면에서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이제 종영까지 단 3회를 앞둔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기대하는 팬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 없는 것, 하나. 악역이 없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는 악역이 없다. 그 흔한 고부갈등도 없고 삼각관계 간 갈등 또한 짜증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만 이루어진다. 왕회장(박원숙 분)은 덜컹 손주의 아이를 가진 김미영(장나라 분)을 진심으로 끌어안았고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용(최우식 분)과 그의 엄마(나영희 분)도 이건(장혁 분)을 깨작깨작 괴롭히기만 할뿐, 마음 한켠으로는 걱정하고 아끼는 모양이다.
사각 관계의 갈등을 점화할 강세라(왕지원 분)과 다니엘(최진혁 분) 또한 쿨한 서브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비록 과거 거짓 이혼합의서로 이건과 김미영의 사이를 와해했지만, 강세라는 쿨하게 자신의 과오를 밝혔다. 김미영의 진심을 애써 모른 척 3년 간 옆을 지켰던 다니엘도 고민하는 김미영을 망설임 없이 놓아주었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짜증 유발자들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찾아볼 수 없다. 편안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 없는 것, 둘. 지루한 전개가 없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다채롭다. 코믹으로 시작해 달달한 러브라인으로 번지더니 결국에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뺄 만큼 막강한 감동 코드를 활용했다. 로맨틱코미디와 가족드라마를 오가는 이 다채로움은 빠른 전개가 바탕이 되는 듯 보인다.
한 남녀가 우연을 빙자한 필연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더니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비록 이건과 김미영의 엇갈림을 위해 지지부진한 상태가 몇 회 반복됐으나, 28일 방송된 17회 분 속, 이건과 김미영의 오열을 통해 이와 같은 답답함이 상쇄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 것. 단 3회를 남은 지금, 두 사람이 이전과 같은 달콤함을 되찾을지도 주목되는 바이다.
◆ 없는 것, 셋. 발연기가 없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는 몰입도를 깨뜨리는 배우들이 없다. 특히 극을 이끄는 두 주축인 장혁과 장나라는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완벽한 호연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와 배우 간의 싱크로율은 물론이고 배우와 배우 사이의 호흡도 놀랍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이루어진 장혁과 장나라의 재회는 신의 한 수 였던 것이다.
그동안 남자다움을 전면으로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를 보여왔던 장혁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통해 새로이 로코킹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코믹부터 절절한 눈빛 연기까지, 장혁표 이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장나라 또한 여린 듯 강단 있는 모습으로 장혁과의 호흡을 잘 이끌고 있다. 특히 17회에서 보여준 오열 연기는 배우로서의 장나라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