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제재 권한이 상당부분 축소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위임한 검사와 제재 기능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입법 예고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관보 게재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그동안 금감원에 일임했던 검사 및 제재 기능에 금융위가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손영채 금융위 금융제도팀장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검사계획과 검사결과를 좀 더 신속히 보고 받음으로써 금감원의 검사기능과 금융위의 정책기능의 연계를 강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고요. 중대한 제재사항에 대한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같은 제재 절차를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매년 당해 연도 검사업무의 기본 방향과 검사 대상 금융기관, 검사의 목적과 범위, 검사기간 등이 포함된 검사계획을 금융위에 보고해야 합니다.
또 검사 결과에 대한 '신속보고제도'도 도입돼, 금감원 검사 결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다수의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 종료 즉시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금감워의 몫이었던 제재 대상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 경우도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제재 사항 즉 중징계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눈에 띠는 부분은 상위 법령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비밀준수 의무’를 하위 규정에까지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제재 예정 내용 등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할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인터뷰> 금감원 고위 관계자
“비밀유지의무 같은 경우에도 금융위설치법이나 공무원법을 의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감독규정에서 비밀유지의무를 중복해서 규정할 이유가 없는 가죠. 최근에 KB와 관련된 건이라든지, 보신주의 관련 건 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맞물려서 감독원의 재령권을 자꾸 축소하려는 분위기라고 봐야죠.”
이처럼 세부 규정 해석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검사와 제재 업무 수행 과정에서 두 기관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