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째 2%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는 1965년 관련 물가 통계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낮은 물가 상승률은 일본식 장기불황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만에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다. .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해 4분기 1.4%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1.5%, 2분기 3.6%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1%, 1.1%, 1.6%에 머물렀다.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3개 분기 연속으로 한국을 앞섰던 것은 1973년 3분기부터 1974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이후 40년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한참 성장 가도를 달리던 일본 경제는 당시 오일쇼크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12.6%, 15.9%, 23.2%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의 올해 2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은 1.6%로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인 2.1%는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평균인 2.0% 보다도 낮았다.
재정위기를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프랑스(0.6%)와 이탈리아(0.4%), 우크라이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독일(1.1%) 정도만 한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았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21개월째 1%대 이하를 기록 중이다. 1%대 물가를 이처럼 오랜 기간 기록한 것은 물가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에도 물가상승률이 1%대 이하를 기록한 기간은 1999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4개월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의 골이 워낙 깊어 물가 상승률이 1%대 중후반 이상을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이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1.8%로 하향조정했다.
물가 상승률은 너무 높아도 문제이지만 통상 2~3% 정도 선은 유지해야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상품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지고 자산 가격 거품 붕괴까지 동반하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를 기반으로 하는 거시경제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키지 못하면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위축되는 축소 균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고질적인 수요 부족 등 한국은 이미 절반 이상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구사하고 규제 개혁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