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예원(35)을 떠올리면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해운대'(2009)에서 이민기의 입술을 물었던 발칙한 비키니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점쟁이들'(2012) 등의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필모그래피를 닦아온 알찬 배우다. 이번에는 반전 로맨스 무비 '내 연애의 기억'(감독 이권)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
'내 연애의 기억'은 서른 살 백수 은진(강예원)과 남자친구 현석(송새벽)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의 로맨스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바로 짜릿한 반전이 있다는 점. '내 연애의 기억'에서 강예원은 화끈하지만 쿨하지 못한,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은진 역을 맡아 톡톡 튀는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을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주시는데 사실 촬영을 할 때는 코미디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반전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로맨틱 코미디로 봐주셔서 의외였죠. '내 연애의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반전이잖아요. 그렇다고 반전까지 재미가 없으면 안 되니까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끌어가려고 노력했어요. 귀엽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
'내 연애의 기억'의 은진은 솔직하고 대범하다. 수상한 남자친구를 거침없이 미행하고 욱하는 성격에 거리낌없이 차진 욕을 내뱉기도 한다. 실제 연애에 있어 강예원의 모습은 어떨까. "촬영을 하면서도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 은진의 솔직함이었어요.(웃음) 실제 상황에서는 해볼 수 없는 용기잖아요. 평소에 해볼 수 없는 것들을 연기에서 하니까 통쾌하게 즐기면서 에너지를 채워나갔어요. 실제로 저도 연애를 할 때 적극적인 편이에요. 그런데 전 연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이에요. 저는 제가 상대를 좋게 바라보고 있는 부분에 대한 표현을 잘하는 편이에요."
강예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하며 큰 눈을 반짝였다. "우리나라 사람들 '네가 있어서 행복해'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저는 자주 해요. 표현을 안 하고 살면 상대는 모르잖아요. 나 혼자 아는 감정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 이야기하지 않고 몰라준다고 섭섭해하는 게 어느 순간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주변을 봐도 그렇고 뉴스만 봐도 사건사고들이 참 많잖아요. 꼭 남의 일 같지 않고….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가 제 모토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던 말 다하고 아낌없이 표현하고…, 정말로 전 내일 죽어도 후회 없어요."
◆ "지난 사랑 떠올리기에 난 아직 젊어…"
강예원은 언론 시사회에서 지난 연애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였을까. "연애를 할 때는 극 중 은진과 비슷해요. 솔직하고 적극적인 편이에요. 만날 때 최선을 다해서 만나요. 오히려 그렇게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그런지 기억이 안 나요. 당시의 감정들은 기억이 나는데 상황이나 일화는 잘 까먹어요. 그리고 사실 예전 이야기를 하는 걸 원래 안 좋아해요.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아요. 추억도 때론 좋지만, 아직 추억으로 살기엔 저는 아직 젊어요. 한때를 추억하는 거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
지난 사랑보다는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고 싶다는 그. 그는 지금 어떤 연애를 꿈꾸고 있을까. "이제는 편안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친구 같은 소울메이트? 영원한 내 편이 있었으며 좋겠어요. 저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에요. 이전에는 연애도 열정적으로 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소소한 행복이라는 거 있잖아요. 가령, 요즘은 입맛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매일 뭘 먹을지가 가장 중요할 때가 있어요. 맛있는 한 끼가 최고의 행복일 때가 있는데 그때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온도 차 있는 여배우의 삶, 그림은 날 건강하게 해"
성악을 전공한 강예원은 얼마 전 두 번째 유화 개인전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음악에 미술, 거기에 연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답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어요. 어린 나이에 성악을 하며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해외 연주회 등 다양한 무대에 섰어요. 남들 앞에 서다 보니 말로 연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연기는 혼자 할 수 없어요. 독백으로만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스태프, 배역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있어야 완성되니까 오페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요."
음악을 하다 보니 연기를 하게됐다는 그는 연기를 하다보니 또 자연히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그림은 배우 강예원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여배우로 살아가는 게 사실 불안하기도 하고 온도 차가 있는 그런 삶이에요.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해서인지 감정 폭이 넓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 행복하길 바랐어요. 혼자 있을 때 감정에 젖어들곤 하는 게 싫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어려서부터 미술을 하니 주변에 건축, 미술, 음악 등 예술 방면에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선뜻 붓을 잡을 생각은 못했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고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림을 그리는 데 다른 이유는 없어요. 오직 제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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