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새벽(34)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건 어쩌면 의외성일지도 모른다.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코미디를 능청스럽게 해내거나 순박해 보이는 얼굴에 숨어있는 섬뜩함까지. 평범해 보이는 그의 얼굴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일지도.
그런 그가 이번엔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이권 감독, 제작 아이엠티브이)의 현석 역으로 돌아왔다. 순수하고 로맨틱하지만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남자로. 과연 그가 가진 비밀은 어떤 반전을 가져올까.
◆ "강예원, 사람들을 기분 좋게하는 에너지 있다"
송새벽에게도 관객들의 평가는 언제나 두렵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긴장되고 설렌단다. 그는 대작들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내 연애의 기억’은 다른 색깔의 영화라고 자신했다. 이어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이 중요하다보니 말하는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라며 웃어 보였다. 송새벽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반전이 주는 재미 때문이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어 선택했어요. 이 영화는 사랑 영화죠. 세상에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요. 시대가 그렇다보니 많은 일들이 발생해요. 이렇게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고 신선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일들이 있어선 안 되지만 이렇게도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재밌었고, 그래서 같이 하게 됐어요.”
‘내 연애의 기억’ 속에는 성우의 내레이션이 등장하고,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지점이 있다. 다양한 연출 기법을 사용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에 대해 송새벽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묘하게 하고픈 이야기가 다 표현된다. 그런 형식이 새롭고 재밌었던 것 같다. 내레이션 부분도 방해가 된다거나 거추장스럽지 않고 이야기의 진행을 잘 도와주고 그런 부분들이 좋았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반부 내용을 찍으며 힘들기도 했다고.
“후반부가 쉽지 않았어요. (강)예원이가 고생 많이 했죠. 그래도 찍으면서 좋았어요. 예원이는 활발하고 통통 튀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어요. 야식차도 자주 불러줘서 덕분에 떡볶이도 먹었어요. 추운 날이 많았는데 어묵 국물도 좋았어요.(웃음) 예원이랑은 4~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동갑내기 친구예요. 나중에 영화 한편 찍자고 했는데 찍게 됐죠. 예원이가 시나리오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는데 좋아서 하게 됐어요.”
◆ "이권 감독, 젠틀하고 멋있어..꼭 다시 작업하고 싶다"
송새벽은 현장분위기가 무척 좋았단다. 극중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강예원에 대해서는 “또 다시 만나자고 했다. 또 찍고 싶고 좋은 여배우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권 감독과도 다시 한 번 작업해보고 싶단다. 현장에서 배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음을 열어두는 점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이권 감독님은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동네 형 같고 현장에서 훌륭하게 연출하세요. 얼마 전에 감독님 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왔는데 좋은 분이에요. 젠틀하고 멋있죠. 꼭 영화배우 같아요. (질투하는 거냐는 질문에) 티가 났나요?(웃음) 다음에도 꼭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신들에 대해서 이렇게 가야됩니다. 저렇게 가야됩니다가 아니라 열어두더라고요. 물론 중심을 잘 가지고 계시면서 잔가지들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덕분에 생각지 않던 느낌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송새벽은 올해 영화 ‘도희야’를 통해 칸 영화제에 다녀왔다. 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속사 식구들과는 영화 시사회를 통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배우 최민식, 박성웅, 곽도원, 박주미 등을 만났다. 특히 연극 ‘해무’에서 동식 역을 맡은 바 있는 송새벽은 영화 ‘해무’의 동식 역을 맡은 배우 박유천(JYJ)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어떤 역할이 쉽겠냐만 실제 사건을 연기하는 거라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해봤기 때문에 유천 씨가 나온 영화를 보면서 힘들었겠구나 싶었고 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죠. 끝나고 뒤풀이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동식이라고 부르고 그랬어요. 저는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유천 씨는 영화 현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주를 마시면서 깊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사실 소속사를 옮긴지 얼마 안돼서 소속사 식구들과 친해지고 있는 중이에요. 워크숍이 겨울에 있다고 하던데 참석하면 친해지지 않을까요?(웃음)”
◆ 연기란 알 수 없는 그 무엇?
연극을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송새벽은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연히 연극을 하게 됐고 연기에 빠졌단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주말의 명화’도 즐겨봤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 장국영을 좋아했다. ‘백발마녀전’은 송새벽의 사춘기를 휘저었다.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말한 그는 연기에 대해 “알 수 없다”며 몇 번이나 읊조렸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 있어요. 외롭고 궁핍하고 뭔가 확 오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직업이죠. 아직도 모르겠어요. 알 수가 없죠. 알 수가 없으니까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만나요. 참, 알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연극도 계속 하고 싶어요. 극단 선배들이랑 만나면 저도 선배들도 ‘연극 해야지’라고 해요. 할 수밖에 없어요. 전 나름에 연극 맛을 봐버렸어요. 영화도 연극도 각자 매력이 있죠. 연극은 원초적인 매력이 있고 직접적으로 호흡한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하반기에 영화 ‘도리화가’ 촬영에 들어가는 송새벽은 북과 소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극 중 송새벽이 맡은 역할이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소리선생이자 북 고수(鼓手)인 김세종 역이기 때문이다. 송새벽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지 계산하는 편은 아니다. 다음엔 무슨 역할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지만 늘 잘 모르겠다는 결론이 났단다. 그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면 ‘시켜줘서 감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완벽하게 몰입하게 위해 노력할 뿐이다.
“배우로 이루고 싶은 거요? 별 생각 없어요. 사실 현실에 충실한 타입이에요. 오늘을 살자고 생각해요. 계획적으로 하는 편도 아니고요. 만약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 되면 결국 제 속만 상하잖아요. 그래서 오늘을 열심히 살자고 해요. 바람이나 목표요?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있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목표라면 목표고 바람이라면 바람이에요.”
송새벽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해 말할 때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성적인 그에게 연기란 무척이나 매력적이면서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송새벽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찍은 영화에 대해서 말할 때는 망설임이 없다.
“‘내 연애의 기억’은 사랑이야기로 거친 상황들이 있지만 연애에 대한 찐한 기억이 있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현석의 입장에서는 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비밀을 감추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라고 한 거죠. 사랑을 하면 과격한 일들이 발생해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열렬히 사랑하다보니 그런 일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어설픈 사랑도, 진한 사랑을 한 사람도 봐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다 보러 오시라는 소리예요.(웃음) 반전에 대해서 낚였다 생각할 수도 있고 관객들이 그걸 어떻게 봐줄지 고민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영화는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보고 좋으셨으면 좋겠고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사진=디씨드)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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