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꾼일지’ 민폐와 용감함은 한끗 차이

입력 2014-08-20 10:13
수정 2014-08-20 11:07


도하(고성희 분)캐릭터가 아쉬운 행보를 띄고 있다.

고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정의를 외치는 여주인공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확고한 신념이 있고 존재감이 미미하더라도 극에 잘 녹아드는 캐릭터가 사랑과 공감을 얻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 와중에 MBC 월화특별기획 ‘야경꾼일지’에서 배우 고성희가 맡은 도하 캐릭터는 이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야경꾼일지’ 6회에서는 도하가 계속해서 언니 연화(유다인 분)을 찾아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하는 매사에 씩씩하고 용감한 소녀지만, 신분이 미천하고 문맹인 탓에 매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방송에서도 이린(월광대군/정일우 분)을 찾아 언니의 팔찌를 돌려받으려는 것을 막아서는 수련(서예지 분)에게 하찮은 취급을 받았고 길 가던 중 부딪힌 행인과 시비가 붙거나, 도하에게 앙심을 품은 양반무리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는 등 계속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도하가 조우한 이 사소한 문제들은 그의 지나친 발랄함과 용감함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사건을 벌인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도하의 순수함은 시청자들로부터 답답함을 유발했다. 대부분의 뒷수습은 무석(정윤호 분)이 도맡는 바람에 도하는 영락없는 민폐 여주가 돼 가고 있는 상황.

더욱이 이날 방송에서는 이린이 기산군(김흥수 분)을 저주했다는 증좌들이 발견되며 누명을 쓴 긴박한 상황 속에서 궁궐 내 사람들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도하가 큰 방송 비중을 차지하면서 앞서 유지해 왔던 긴장감이 반감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은 상태다. 잔잔한 사극체에서 홀로 붕뜬 채 극속을 활보하는 도하 캐릭터 때문에 몰입도가 깨진다는 의견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팔찌를 훔쳐간 파렴치라고 생각했던 이린에게 도하가 연민과 함께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야경꾼일지’가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성장을 가장 큰 뼈대로 삼고 있다고는 하나, 초석을 다지지 않은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을 쉽게 현혹시킬 수 없다.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린과 도하의 초반 에피소드가 좀 더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감돈다.

초반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도하는 극중 러브라인을 이끌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야경꾼일지’가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향후 도하 캐릭터의 변신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이린과 무석 사이에서, 아직 헐거운 이 연결고리를 도하가 어떻게 끌고 갈지 그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